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가 퇴직연금자산의 타겟데이트펀드(TDF) 투자 규제를 완화해주는 과정에서 일부 운용사에 대한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상당수 운용사들이 현실적 제약으로 당장 완화된 기준을 충족하기 힘든 가운데 바뀐 기준이 적용되면 대형사 집중 현상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1일 TDF에 대해 퇴직연금자산(DC(확정기여형)/IRP(개인퇴직연금형)의 투자한도를 현행 70%에서 최대 100%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시행세칙 변경을 통해 확정될 방침이다.TDF는 가입자의 은퇴시점에 맞춰 투자전략을 달리하는 상품이다.
이에 운용업계에선 이번 퇴직연금법 개정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투자한도 100% 확대 대상 TDF 조건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가입기간 주식투자 비중 80% 이내 △예상은퇴시점 이후 주식투자 비중 40% 이내 △투자부적격등급 채권에 대한 투자한도 제한 등이다.
논란이 된 부분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가입기간 내 주식 비중을 80% 이하로 낮추라고 한 대목이다. 시행세칙 변경 시점이 가까워진 가운데 운용사들이 글라이드패스(TDF 운용 전략)를 단기간에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A운용사의 2045 TDF 상품과 2050 TDF 상품을 보면 주식비중이 80%를 넘겨 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국내 TDF 출시 8개 운용사 중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하나UBS자산운용을 제외한 6곳(삼성·신한BNPP·키움투자·한국투자신탁·한화·KB)이 해외 운용사의 자문을 받거나 아예 운용을 위탁하고 있어 적용 기간을 유예해줄 것을 촉구해왔다. 이들 운용사는 높은 안정성을 추구하는 퇴직연금상품이란 점에서 외국계 대형 운용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선택했다. 다만, 전체 라인업의 주식 비중이 80% 이하인 삼성자산운용은 이번 사안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운용사들의 근본적인 불안감은 불리한 출발선에 있다. 판매사는 퇴직연금자산 투자한도가 70%인 펀드와 100%인 펀드를 판매할 때 전산시스템을 별도로 구현해야 하는데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삼성과 미래에셋 중심의 국내 TDF 시장 내 양강구도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금감원은 정책적 판단 과정에서 개별 회사들의 이익이나 불만을 모두 고려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보다 시장 규제를 완화하는 긍정적 방향의 정책이라는데 사고의 초점을 맞춰달라는 주문이다.
금감원 연금금융실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사전협의와 간담회를 통해 업계와 꾸준히 논의해왔다”며 “만약 반대로 업계 의견을 들어준다면 (바뀐 기준에) 대비해 준비해 온 회사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특정 회사에 대한 특혜 시비와 관련해선) 특정 회사의 상황은 논할 필요도 없다”고 반박하며 “무조건 100%로 투자한도를 늘리지 말고 기준을 맞출 수 없는 운용사들은 70%인 TDF를 팔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