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에게도 내 맘 같지 않은 부동산

입력 2018-08-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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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원짜리 집을 20억 원이라고 하면 삽니까. 공인중개사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간 합의점을 찾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공인중개사가 마치 집값을 올리는 주범인 것처럼 얘기하는 게 속상합니다.”(과천 공인중개사 A씨)

부동산이 연일 화제다. 몇 주만에 호가가 1억 원이 뛰는 것도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값이 오르니 파는 자, 사는 자의 눈치싸움은 더 치열해진다. 지금 팔아야 할까. 사야 할까.

형편이 좋은 사람, 어려운 사람의 격차는 10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의 평균 소득차는 5.23배.

소득이 높다고 만족할까. 더 높은 가격에 팔지 못해 아쉬워한다고 한다. 소득이 낮으면 어떨까. 집을 언제 사야 하나 조바심만 커진다.

공인중개사들은 어떨까.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거래 가격에 불안하다. 더 높은 가격에 팔려는 매도자에게 좋지 못한 소리를 들을까, 매수자에게는 높은 가격 때문에 의심을 받을까 걱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부동산은 ‘내 맘 같지 않은’ 골칫덩이다. 여의도, 용산 개발에 대한 의지를 50일도 못 채우고 내려 놓은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과열 양상으로 나타나 혼란만 가중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현재 엄중한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을 주택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정책 입안자, 매도자, 매수자, 중개자 모두 한 치 앞을 모른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과거 유명 드라마의 대사를 되뇌며 각자의 선택에 확신을 갖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 대세는 상승인데 억지로 막으려니까 오히려 역효과만 나는 거예요.”(공인중개사 B씨)

누구에게도 내 맘처럼 돌아가지 않는 부동산 시장이다. 정부의 중심 잡기가 여느 때보다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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