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미중 무역분쟁·통화 긴축전환…익숙하지 않은 변화에 대해

입력 2018-08-2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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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

글로벌 금융시장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배후로 미중 무역분쟁과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변경을 지목할 수 있다. 미중 무역분쟁은 글로벌 실물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고,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 전환은 글로벌 유동성을 축소시킬 수 있다. 그동안 평온했던 글로벌 경제와 풍부했던 유동성 상황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익숙지 않았던 일들은 우리를 더욱 불편하게 하고 불안하게 할 것이다.

우선 미중 무역분쟁에 대해 생각해 보자. 양국 간 분쟁으로 그친다면 큰 위기로 볼 필요는 없겠지만 글로벌 경제가 복잡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양국 간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 분쟁 초기에는 각국에 이득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대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수입대체가 어려운 상품의 가격 상승 요인으로 물가에 부담을 주게 된다. 더 좋아지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미국 경제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중국의 경우는 대미 수출품의 마진이 줄거나 가격 상승으로 물량이 감소하면서 경제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

G2 간 무역분쟁은 여타 국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경제가 더 좋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려면 유로 경제와 중국 등 이머징 국가의 경기 회복이 필요하다. 최근 유로 경제는 둔화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이머징 경기는 반등하고 있어 글로벌 경기 정점은 좀 더 이연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번 미중 무역분쟁을 보다 구조적인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보는 것인데 무역 이외 분야로도 다툼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G2 간 충돌로 이득을 본 국가가 거의 없었다. 역사적 학습 효과를 통해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는 줄고 있지만 충돌 기간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보자.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뿐 아니라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했다. 글로벌 경제에는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이 공급된 것이다. 2017년 미 연준은 양적완화 정책을 중단하고 정책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아직 미 연준에 동조하는 중앙은행은 많지 않지만 양적완화는 중단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 축소는 그동안 부채 규모를 늘려왔던 이머징 국가들의 유동성 위기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최근 터키에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서 이머징 국가 전체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머징 국가 전체로의 위기 확산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2010년 이후 이머징 국가들의 부채는 GDP 대비 120%에서 140%까지 증가했다. 이 중 중국의 기여가 컸는데 GDP 대비 180%에서 260%로 빠르게 늘었다. 중국에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머징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유동성 위기 발생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그동안 기업 구조조정이 꾸준히 추진됐고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 개인의 부채 조절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부채 증가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위기가 발생한 이머징 국가는 펀더멘털이 취약한 국가에 국한되고 있다.

최근 제기되는 우려는 단기간에 끝날 문제는 아닐 것이다. ‘구조적 변화’라는 익숙지 않은 변화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것들을 잘 살펴야 한다. 투자대상으로는 특정 업종이나 국가보다는 펀더멘털이 강한 기업이 더 나아 보인다. 새로운 트렌드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채권 같은 주식, 배당주도 빼놓을 수 없는 투자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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