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의 명암 ⑦] 구내식당 ‘삼시세끼’ 사라지고 임원은 수행비서 없이 직접운전

입력 2018-08-2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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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제 시행이 직장인의 식사 패턴까지 바꾸고 있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에 근무하는 박모 차장. 2000년대 초 입사한 그는 신입시절부터 ‘새벽별’을 보고 출근하고 야근을 ‘미덕’으로 여겼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사옥 안에서 웬만한 일상생활을 해결할 때가 많았다.

예컨대 현대차는 아침 일찍 출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구내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제공했다. 회사 근처에 마땅한 상업시설이 없다 보니 점심 식사 역시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원들이 많다. 야근이 필요한 경우엔 구내식당에서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근무할 수 있었다.

그러나 52시간제 시행 이후 저녁이 되면 구내식당 문은 닫힌다. 직원들의 이른 퇴근을 독려하는 것은 물론, 저녁 식사를 하는 직원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야근이 필요할 경우 외부에서 밥을 먹고 다시 회사에 들어와야 한다. 현대차 본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넥타이 부대의 이른바 ‘삼시세끼’ 풍경이 사라진 것. 덩달아 구내식당을 운영했던 외주업체(현대그린푸드) 역시 야근이 없어졌다.

퇴근 시간이 일러지다 보니 식당뿐 아니라 사옥 내 다른 편의시설 영업시간도 바뀌었다. 회사 안에 미용실과 치과의원 등이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직원들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응급(?)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사옥 안에 있는 의원보다 잘 아는 동네 의원을 가겠다”는 직원들도 늘어났다. 회사 안에서 웬만한 것을 해결할 수 있었던 이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또 다른 기업은 일부 임원에 대한 처우가 달라졌다. 서울 광화문에 자리한 A기업은 일부 임원의 운전기사, 즉 수행비서 제도를 아예 없앴다. 외주 용역업체를 통해 전무급 이상의 수행비서를 제공받아 왔는데 이제는 임원이 직접 운전하고 있다.

수행비서는 업무의 특성상 자기가 모시고 있는 임원보다 근무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임원들의 출근부터 퇴근까지를 책임지다 보니 먼저 출근해 더 늦게 퇴근하는 경우다.

해당 임원이 지방 사업장을 다녀오거나, 늦은 시간 ‘해외지사’와 화상회의라도 한다면 근무시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주 52시간 제도를 맞추려면 수행비서 2명이 교대로 근무해야 할 판이다.

결국 이 회사는 전무급 임원까지 직접 운전하도록 임원에 대한 일부 처우를 바꿨다. 몇몇 임원들은 이런 처우 변화에 불만을 제기했지만 대부분 이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많은 기업의 임원들이 보수를 스스로 동결하거나 수당을 반납하는 등 재계 전반에 위기의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피치 못하게 운전기사가 필요할 경우 회사에 이를 요청하면 특정 기간에 수행비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부사장급부터는 어쩔 수 없이 수행비서가 존재한다. 다만 정해진 근무 시간을 넘길 경우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또는 외주업체로부터 요일별로 근무자를 나눠 제공받는 방식으로 수행비서의 주 52시간제를 맞추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주 52시간제가 본격화하면서 사옥 내 편의시설의 영업시간까지 다 바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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