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완성차 사업 재진출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나섰다. 삼성전자가 완성차 관련 사업 진출 여부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공지문을 통해 “최근 선정한 미래성장사업과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가 있어 정확히 말씀드린다”면서 “전기차,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완성차 사업을 하거나 완성차 업체를 인수·합병(인수·합병)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진화에 나선 것은 삼성의 완성차 사업 진출설이 국내외에 확산하고, 내부에서도 동요가 일자 사내 메시지를 통해 확대해석을 경계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사내 구성원들에게 회사의 지향점을 명확히 밝혀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업무 방향성을 상기시키기 위해 공지문을 띄웠다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완성차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문이 퍼질 경우 반도체 및 전장부품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완성차 진출설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재용 부회장이 파이트크라이슬러(FCA) 지주회사 ‘엑소르’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삼성전자의 FCA 자회사 마그네티마렐리 인수설이 나왔다.
2017년에는 9조 원을 들여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하면서 완성차 사업 진출설이 거론됐다. 국내에서는 자율주행 핵심 부품인 라이다(LiDAR) 관련 제품을 개발하는 에이테크솔루션의 2대주주(지분 15.92%)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종합기술원에서는 미래 유망 기술 연구 차원에서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연구해 오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시장에서는 삼성이 전장부품으로 시작해 훗날 완성차 사업을 도모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 섞인 추측이 나돌았다.
삼성전자의 완성차 사업 재개설에 기폭제가 된 것은 최근 18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삼성은 신규 투자 가운데 약 25조 원을 인공지능(AI)·5G·바이오·전장부품 등 이른바 ‘4대 미래 성장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이 가운데 전장부품 사업이 빌미가 됐다.
해외에 투자되는 50조 원 가운데 20조 원가량을 대규모 M&A에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만에 버금가는 M&A가 이뤄질 것으로 시장의 기대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한 ‘폴크스바겐그룹(VW)’ 보다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시장 1위 ‘보쉬(BOSCH)’가 되길 원한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9000만 대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 대수는 2009년 이후 연평균 4.1%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이 완성차 사업을 하게 되면 9000만 대 가운데 일부만 점유할 수 있지만, 전장부품 사업으로는 9000만 대 차량 모두에 부품 공급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자동차시장도 삼성에 유리하게 변화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과거 엔진, 파워트레인 등이 중요한 부품이었지만, 최근에는 전기차, 자율주행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자동차의 전장화가 진행되고 있다. 삼성이 선도하고 있는 무선통신시장과 집중 육성하는 AI(인공지능), 5G, 음성인식, 반도체 모두 자동차와 맞닿아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주요 부품으로 꼽는 차량용 반도체, 센서, 배터리,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모두 삼성 계열사가 영위하는 사업이다. 미래의 자동차는 사실상 조립품으로 핵심부품을 만드는 삼성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삼성 완성차 시장 재진출설의 근거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완성차 사업 재진출에 대한 업계·투자자들의 기대와 관심이 높지만, 삼성으로서는 리스크를 안고 완성차 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적다”며 “자동차에 삼성 전장부품이 안 들어갈 수 없는 미래가 다가오면서 삼성은 완성차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자동차 시장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로 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의 180조 원 규모 투자 계획 가운데 AI·5G·바이오·전장부품을 4대 미래 성장사업을 꼽으며, 전장부품을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