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은 나흘연속 랠리를 이어갔다. 단기물이 상대적으로 강해 일드커브는 스티프닝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이날 청와대에서 “미국 금리인상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우리에 맞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 발언은 2014년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금리인하는) 척하면 척” 언급과 동일선상으로 받아드려졌다.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기정사실로 굳혀지는 분위기였다.
국고3년물과 한은 기준금리(1.50%)와 금리차는 40bp대 초반까지 좁혀져 1년2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고, 주요 채권금리도 10개월에서 1년1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물가채 역시 랠리를 펼쳐 명목채와 물가채간 금리차이인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도 100bp에 육박하며 3개월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반면 외국인은 국채선물 시장에서 차익실현성 매도에 나서 대조를 이뤘다. 특히 10년 선물시장에서는 10거래일만에 매도세로 돌아섰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청와대 당국자의 발언을 사실상 한은 독립성 훼손으로 받아드렸다고 전했다. 다만 고용지표 부진 등 대내 경제상황이 부진한 가운데 수급적으로도 숏(매도세력)이 몰리고 있는 와중이었다는 점에서 이를 빌미로 오버슈팅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다음주 31일 한은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금통위까지는 강세분위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고50년물 역시 2.7bp 하락한 2.276%로 1년1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국고10년 물가채는 8.9bp 급락한 1.400%로 11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은 기준금리와 국고3년물간 금리차는 41.9bp로 2017년 6월13일 41.1bp 이후 가장 좁혀졌다. 10-3년간 스프레드는 4.0bp 확대된 46.2bp를 보였다. BEI는 6.3bp 상승한 98.1bp로 5월23일 99.7bp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결제는 4236계약 감소한 33만9176계약을 보였다. 반면 거래량은 6만2175계약 증가한 12만2643계약으로 지난달 27일(14만4297계약) 이후 가장 많았다. 회전율은 0.36회였다.
매매주체별로는 은행이 4940계약 순매수해 사흘만에 매수전환했다. 반면 금융투자는 5221계약 순매도했다. 외국인도 858계약 순매도해 5거래일만에 매도전환했다. 보험 또한 653계약 순매도해 6거래일째 매도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해 12월13일부터 20일까지 기록한 6거래일연속 순매도 이후 8개월만에 최장 순매도다.
9월만기 10년 국채선물은 전일보다 31틱 상승한 123.13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고점은 123.28이었다. 각각 11개월만에 최고치다. 장중 저점은 122.67로 장중변동폭은 61틱이었다. 이는 20여일만에 가장 큰 것이다.
미결제는 168계약 감소한 11만6949계약을 보였다. 반면 거래량은 3만8991계약 증가한 9만6512계약을 기록했다. 원월물 미결제 30계약을 합한 합산 회전율은 0.83회로 2월6일 기록한 1.02회 이후 6개월보름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매매주체별로는 은행이 4180계약 순매수하며 사흘째 매수세를 이어갔다. 또 1일 4555계약 순매수 이후 일별 최대 순매수를 기록했다. 반면 외국인은 3839계약 순매도해 10거래일만에 매도전환했다. 일별 순매도규모도 3일 4563계약 순매도 이후 가장 많았다.
현선물 이론가는 3년 선물이 고평 10틱을, 10년 선물이 고평 1틱을 각각 기록했다.
그는 또 “다음주 금통위까지 간간이 손절 나오면 강해지고 조용하면 다시 매도해보는 흐름이지 싶다. 다만 선물 미결제가 의미있게 줄지 않고 있어 롱(강세)이 우세할 것 같다”고 예측했다.
은행권의 한 채권딜러와 채권시장의 한 참여자는 “정부의 입김에 연내 동결 가능성을 보는 것 같다. 청와대 인사 발언을 보면 금리를 어떻게 하라고는 말 못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척하면 척 상황과 동일하게 보는 분위기였다”며 “정부가 한은 독립성 훼손이 아니라고 한다 해도 이미 시장은 그렇게 받아드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