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과거 지주사 전환에 나섰던 대부분 기업들의 사례를 봤을때 이번 인사를 지주사 전환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지배구조 투명화를 원하는 현 정부의 입장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이번 인사를 3세 승계 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한 후 지분을 3세에게 넘겨 후계 구도를 완성하는 큰 그림의 시작이라는 얘기다.
◇금춘수 부회장 내년 지주 대표로…“그룹 총괄에 나설 것”=20일 재계에 따르면 금 부회장은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한화 지주경영부문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최근 해체된 경영기획실 대신 ㈜한화가 그룹의 대표 역할을 맡게 되면서 금 부회장이 중책을 맡게 된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김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금 부회장의 이번 행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 부회장은 1978년 ㈜한화 무역부문(옛 골든벨상사)에 입사한 뒤 40년간 그룹내 핵심 역할을 두루 맡아왔다. 2004년 한화생명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인수 전 누적 적자를 단기간 해소하는 등 괄목할만한 경영실적을 거두기도 했으며 2006년 이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한화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초대 경영기획실장에도 올랐다.
2011년 경영기획실장에서 물러났으나 2014년 말 복귀해 삼성그룹과의 화학·방산 분야 빅딜을 진두지휘하며 김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 부회장이 지주 대표로 자리를 옮긴 것은 지주 회사 전환과 함께 향후 승계 구도를 본격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면서 “김 회장의 뜻에 따라 금 부회장이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한 뒤 지주 대표 자리를 후계자가 차지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세 승계작업 ‘본격화’?…그룹 측 “아직은 시기상조”= 한화그룹 측은 금 부회장의 행보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3세 승계작업과 관련해서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긋는 모습이다.
김 회장의 아들인 김동관·동원·동선 3형제는 일찌감치 한화큐셀, 한화생명, 한화건설 등 그룹 주력 계열사에서 자리를 잡고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첫째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제조업(태양광·석유화학·방산)을,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금융 부문을,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건설·유통 부문을 담당하는 구도였다. 다만 김동선 팀장은 잇단 구설수로 인해 자숙에 들어간 상황이다.
일단 재계에서는 3형제가 지분을 100% 보유한 한화S&C를 존속회사 H솔루션과 신설회사 한화S&C로 분할한 후 한화S&C과 한화시스템을 합병(합병회사 한화시스템)하는 작업을 완료한 것과 함께 지주 대표로 금 부회장이 이동한 만큼 승계작업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 동관·동원·동선 3형제의 ㈜한화 지분율이 미미한 상황이어서 H솔루션을 통해 ㈜한화의 지분을 직접 매입하거나 ㈜한화와 합병시켜 그룹 전체의 지배권 확보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의 최대 주주는 지분의 22.7%를 보유하고 있는 김승연 회장이며 이어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4.44%,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도 각각 1.7%의 지분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