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출국을 금지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 부장판사)는 임모 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출국금지 기간연장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사업 실패로 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 등 4억1119만여 원의 세금을 내지 못한 임 씨는 지난해 5월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처분을 받았다. 그 후 법무부가 6개월 단위로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하자 임 씨는 "세금을 내지 못한 이유는 경제적으로 능력이 없기 때문인데 법무부는 아내와 자녀들이 필리핀에 거주해 생활했다는 이유 만으로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켰다고 보고 출국을 금지시켰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체납을 이유로 한 출국금지는 재산을 해외에 도피시키려는 등 강제 집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을 때 내리는 처분"이라며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킬 우려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출국금지 처분을 내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임 씨의 아내와 자녀가 필리핀에 거주했고, 자녀들이 미국에 있는 학교와 필리핀에 있는 공대에 다니고 있다"면서 "임 씨가 2010년 8월부터 출국금지 처분이 내려지기 전까지 18회에 걸쳐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등에 체류한 사실에 비춰보면 체납의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의심되기는 한다"고 짚었다.
그러나 "의심스러운 사실만으로 출국금지 사유가 충족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임 씨에 대한 출국금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