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자체는 해당 차주에게 등기우편으로 ‘안전진단 및 운행정지 명령서’를 발송하고 차주가 이를 수령하는 즉시 효력이 발생합니다.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채 운행하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사실상 명령을 어긴 차를 단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정부와 지자체는 하루빨리 안전진단을 받도록 적극 독려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제까지 안전을 이유로 강제적인 리콜명령은 있었지만, 특정 차종에 대해 이처럼 운행정지 명령이 내려진 것은 처음입니다. 운전자 또는 차주의 개인재산권과 연관돼 있는 데다 단속마저 쉽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만큼 이번 BMW 화재 사태는 단순하게 BMW 오너를 넘어 사회적인 파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화재’라는 특성상 다른 자동차와 국민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이례적으로 사태가 커지는 사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BMW 사태를 스스로의 이익에 활용하려는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 씁쓸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자동차 관련 집단소송 경험이 없는 일부 변호사는 BMW 오너들의 공분을 악용해 짭짤한 착수금을 챙기기도 합니다. 착수금이 1인당 10만 원 안팎이지만 의뢰인이 수백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만큼 성공 보수로 인한 수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지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변호사는 피해 오너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기웃거리기도 합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들의 행태를 꼬집어가며 “집단소송을 로또로 여긴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뿐인가요. 이른바 자동차 전문가로 불리는 자동차 학계와 정비업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BMW는 물론 국토교통부 역시 화재 원인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원인에 대해 추정만 하고 있는데요. 일부 자동차학과 교수들 역시 화재 원인으로 다양한 가능성만 제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지목한 원인들이 제각각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내가 지적한 내용이 진짜 BMW의 화재 원인이다”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기와 다른 주장을 내놓은 학계 전문가들을 폄훼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틈에 “내가 진짜 자동차 전문가”라며 언론 플레이로 자기 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이들 대부분 ‘주장’만 내세웠을 뿐, 그에 대한 명학한 근거는 없는 상태입니다.
정비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를 ‘EGR 전문가’로 포장한 정비업계의 이른바 ‘달인’들은 이 틈을 이용해 돈벌이에 나서기도 합니다. 이들은 “BMW 안전진단을 믿을 수 없으니 전문가인 나에게 진단을 받으라”라며 광고합니다. 불안에 떠는 BMW 오너를 대상으로 장삿속을 챙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뿐인가요. BMW가 아닌 다른 디젤차를 대상으로 ‘EGR 진단 패키지’를 내놓으며 돈벌이가 한창입니다. 남들의 불안감 또는 절박함을 이용해 돈을 챙기는 이른바 ‘호러(공포) 마케팅’인 셈이지요.
‘BMW 화재 = 돈벌이’라는 등식이 자동차업계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누군가 “BMW 불구경하다 자칫 코 베일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흘려들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