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는 티켓몬스터(티몬)가 직원 수 20명이 채 안 됐던 2010년 공채 1기로 입사했다. 지금은 직원 1000명이 넘는 티몬에서 2013년까지 영업 업무를 한 뒤 퇴사했다. 퇴사한 그해 정 대표는 O2O 서비스 스타트업 핀스팟을 창업했다. 핀스팟은 각종 공간을 온라인에서 예약하고 결제한 뒤 이용하는 중개 서비스로 2015년 옐로모바일에 인수됐다. 그 뒤로도 2년간 핀스팟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일했던 그는 2016년 9월 재창업해 동거동락을 선보였다. 그는 “늘어나는 1인 가구에 주목했다”며 “셰어하우스는 해외에서 이미 새로운 주거 형태로 정착돼 있어 국내에서 빠르게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6일 동거동락은 17호점인 경복궁역점을 열었다. 18호점인 서울시립대점은 9월 초 오픈 예정이다. 18호점까지 합하면 입주 가능 규모는 113명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공실률은 0%를 자랑했다. 정 대표는 “현재는 공실률이 10% 정도이고, 이달 말 대학가 방학 시즌이 끝나면 공실률은 5% 이내로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적지 않은 셰어하우스 업체들 가운데 정 대표가 자부하는 동거동락만의 경쟁력은 공간에 관한 높은 기준이다. 깔끔한 인테리어는 기본이고 주 1회 지점 매니저가 방문해 공용 공간을 청소해 준다. 가장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지점은 12호점인 외대점으로 건물 꼭대기 층에 있는 펜트하우스다.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인 12호점은 10개 방이 모두 1인실이며 월 5000원에 건물 내 헬스장도 이용할 수 있다.
정 대표는 “다른 셰어하우스들과 달리 동거동락은 모든 지점에서 2층 침대를 쓰지 않는다”며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기준을 낮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입주자들한테 먼저 인정받으면 성장성이나 브랜드 가치도 자연스레 인정받을 것”이라며 “부동산 분야가 일반 모바일 서비스 분야보다 신중하게 사업 확장을 해야 하는 업종이기 때문에 작은 변화 하나하나를 만들어 가면서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월 임대료는 지점마다 30만~50만 원대까지 다양하긴 하지만 가장 최근 문을 연 17호점의 경우 1인실 기준이 54만 원이다. 예치금은 110만 원 정도이며 관리비는 월 3만 원이다. 결코 저렴하지만은 않은 가격이다. 정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17호점은 경복궁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데 이 일대에 주거지가 매우 적을 뿐 아니라 매물이 있어도 기본 예치금 1000만 원에 월 임대료 80만 원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과금까지 하면 거의 100만 원이 들 것”이라며 “혼자 산다면 임대료 때문에 감히 살기 어려운 지역에서 쾌적한 환경을 누리고 살 수 있는 게 동거동락 셰어하우스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전자레인지, 에어컨, 침대, 책상, 와이파이 등 기본 가구와 가전,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거동락의 직원 수는 총 6명이다. 정 대표는 입주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커뮤니티 매니저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입주자들이 불편한 점을 눈치 보지 않고 바로바로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지금도 입주자들은 동거동락 모바일 앱으로 지점별 게시판에서 입주자 간, 동거동락 운영진과 실시간 소통하고 있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정 대표는 “바로 창업을 하는 것보다 여러 조직, 혹은 좋은 스타트업에서 경험을 쌓고 창업에 나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결국 실패 확률을 낮추는 방법은 ‘경험’에 있다고 강조했다. 티켓몬스터에서 쌓았던 경험으로 핀스팟을 창업했고, 핀스팟에서의 경험이 원패밀리 창업까지 이어졌다는 의미다.
정 대표는 안정적인 성장을 목표로 하면서도 야심 찬 계획을 숨기지 않았다. 동거동락 서비스의 지점 수와 입주자 수를 꾸준히 확장하는 것이 1차 목표이고, 또 다른 플랫폼 론칭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 초에는 부동산 투자 플랫폼을 론칭할 계획”이라며 “외국에는 이미 있지만, 국내에서 론칭하면 최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짝이는 정 대표의 눈에서 더 큰 도전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 그대로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