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돈을 받아 김대중 전 대통령 뒷조사에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현동(62) 전 국세청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는 8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과 국고손실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정원 내부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못하는 위치로서 국정원의 정치적 의도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국정원 지시가 국고에 손실을 입힌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라고 짚었다.
또 "국정원과 공모 하에 국고횡령을 공동으로 실행했다고 인정하기 위해선 범행 전반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공모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국고손실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뇌물 혐의와 관련해서는 "공여자인 원세훈 전 원장과 김승연 전 국장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려워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죄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이 부분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청장에 대한 무죄가 선고되자 방청석에 앉아있던 가족 등 지인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이 전 청장은 2010년 5월~2012년 4월 원 전 국정원장 지시를 받아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과 김승연 전 대북공작 국장과 함께 김 전 대통령 관련 비리를 수집하기 위해 5억 원 상당의 국정원 대북공작금을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당시 국세청 국제조세 관리관 박 씨를 통해 대북공작금을 김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을 위한 일명 '데이비슨 사업' 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청장은 2011년 9월 말께 원 전 원장에게 정보를 수집하는 데 필요한 활동자금을 요구해 국세청장 접견실에서 현금 1억2000만 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청장에게 징역 8년에 벌금 2억 4000만 원을 구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