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서적 전문 사이트 ㈜개똥이네가 상표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0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7일 ㈜도서출판보리가 ㈜개똥이네를 상대로 낸 상표권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출판사 보리는 2001년부터 '개똥이 그림책' 전집을 내고 2005년부터 월간지 '개똥이네 놀이터', '개똥이네 집'을 발간하며 (그림1)의 상표를 등록하고 사용해왔다. ㈜개똥이네는 2010년 설립된 아동 전집 대여 및 중고서적 도소매업 인터넷 사이트로 전국 8개 매장과 인터넷 웹사이트에 (그림2)의 상표를 사용했다. 이에 출판사 보리는 자사 등록상표와 같거나 유사한 상표를 사용해 상표권을 침해하는 등 부정경쟁행위를 벌이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개똥이네가 쓰고 있는 상표는 파란색에 다소 도안화된 서체가 사용되긴 했지만 이것이 특별한 식별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통의 방법으로 상표를 표현한 것에 불과해 ㈜개똥이네의 상표 사용을 제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상표법 51조는 '자기의 상호나 저명한 약칭을 독특한 글씨체나 색채 등 특수한 모양으로 표시하지 않고 보통의 방법으로 표시하는 상표'에 대해서는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개똥이네에 부정경쟁의 목적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자기의 상호나 저명한 약칭을 보통의 방법으로 표현했다고 해도 부정경쟁의 목적으로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상표권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이에 재판부는 "'개똥이'는 어린아이에게 무병장수하라는 의미에서 예전에 흔하게 지어주던 이름"이라며 "㈜개똥이네는 출판사 보리의 상표를 몰랐다고 해도 아동서적 판매업과 관련해 충분히 ‘개똥이’를 상호로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개똥이네가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도서출판보리가 발간한 서적들의 판매량이 많지 않아 해당 상표가 널리 알려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요자들이나 거래자들은 ‘개똥이네’라는 상호를 ㈜개똥이네 상호로 인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널리 알려진 상표를 사용해 타인의 상표를 식별하기 어렵게 하거나 명성을 손상하는 것을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한다.
반면 ㈜개똥이네의 상호를 빌려 온라인ㆍ오프라인 매장에 사용하고 있는, 도서 대여 전문 사이트 ㈜리틀코리아를 상대로 낸 ㈜도서출판보리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선 법원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리틀코리아가 ㈜개똥이네 상표를 자신이 운영하는 서점인 ‘개똥이네 천안점’의 간판에 사용한 것은 ㈜도서출판보리의 상표권을 침해한 것으로 해당 상표를 서점의 간판과 상호에 사용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