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야심작’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삐에로쑈핑 1호점을 지난 6월 오픈해 ‘성인용품 전용 코너’를 운영하면서 큰 인기를 올리고 있다. 매장 내 20평 규모에 1800여 개 상품군을 갖췄으며 오픈 한달 기준 당초 계획 대비 250% 초과 매출을 달성했다. 삐에로쑈핑 직원의 유니폼에는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는 문구가 씌어 있을 정도로 ‘만물상’ 콘셉트를 표방했다. 그러나 성인용품이 일반 상품과 뒤섞여 판매해 상품 디스플레이 역량에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1일 삐에로쑈핑 1호점 매장 입구에는 ‘페페젤’이라 불리는 성인용품이 진열돼 부모와 동행한 유아동 고객들이 이를 살펴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제품은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 시 ‘청소년에게 노출하기 부적합한 검색결과를 제외했습니다. 연령 확인 후 전체결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유해 키워드로 분류된다. 각종 뉴스 게시물에서도 성인용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G마켓, 옥션 등 주요 온라인몰에서도 해당 제품은 구매 시 성인 인증을 거쳐야 한다. 이에 대해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해당 제품 판매자가 청소년 유해 물건인 성기구 카테고리로 등록했다. 관련 법령에 의거해 해당 제품은 청소년 구매 불가 품목”이라고 밝혔다. 청소년보호법에서는 ‘음란한 행위를 조장하는 성기구’를 청소년유해물건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삐에로쑈핑에서는 청소년이 해당 제품을 성인 인증 절차 없이 구매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엉뚱한 해명을 내놓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편의점, 대형마트 등이 가림막 없이 콘돔을 판매하고 있는 것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별도의 성인용품 전용 코너가 있는 만큼 해당 제품의 진열 매대를 옮길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이마트 측은 “상품 위치를 바꿀 계획이 없다. 제품 특성에 따라 배치할 것”이라며 배짱 대응했다.
실제로 콘돔은 청소년 유해물건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따르면 콘돔, 임신 테스트기는 ‘3등급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편의점 및 대형마트에서 콘돔이 의료기기의 하나로서 구매 시 성인인증 절차 없이 판매되는 건 그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콘돔은 질병을 예방하는 목적의 엄연한 의료기기다. (문제가 된) 젤 형태의 성인용품과는 동일한 성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와 매장을 방문한 구 모(41)씨는 “구매시 성인인증 절차를 밟아야 하는 성인용품 코너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매장 곳곳에 아무런 경고나 제지 없이 성인용품을 진열해 놓고 판매하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몰캉스(쇼핑몰 바캉스) 겸 초등학생 자녀와 방문했다는 소비자 홍모(36)씨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성인용품을 판매하니 이것저것 질문을 쏟아내는 아이들의 질문에 난감했다”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콘돔은 권장돼야 할 의료기기다. 삐에로쑈핑에서 성기구를 일반 코너에서 판매한다는 점이 의아스럽다. 이럴거면 구매 시 인증 절차까지 거치는 전용 코너를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