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 스낵 새우깡에 손 한 번 안 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새우깡의 매력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이어진다. 이제는 새우 스낵의 한 종류이기보다 국민 스낵, 국민 안주, 국민 먹거리로 불리는 고유명사 ‘새우깡’이 더 그럴싸하다.
1971년 당시의 제과업체들은 비스킷, 캔디, 건빵 등을 주로 생산하면서 스낵에 대해서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절에 농심은 물리지 않으면서 부드러우며 싼값에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이라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스낵이라는 형식과 ‘새우’라는 친숙한 맛을 결합하는 시도를 하게 됐다. 우리 민족 고유의 간식인 ‘옥수수 뻥튀기’, ‘쌀뻥튀기’ 등에서 착안해 원료를 고소하게 튀기면 충분히 상품화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도 뒷받침돼 있었다.
매년 수많은 제품들이 탄생했다 사라지는 시장에서 반세기 가까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새우깡은 가히 경이적인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새우깡의 누적 판매량은 80억 봉을 넘어섰다. 또 새우깡은 아시아에서 남미 대륙까지 전 세계 70여 개국에 수출되는 글로벌 스낵이다. 40년 넘게 이어온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아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중국 타오바오몰에 입점했으며, 미국 대표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월마트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현재 연간 약 700억 원의 매출로 여전히 스낵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새우깡은 변신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농심은 최근 새로운 맛을 찾는 스낵시장 트렌드에 발맞춰 5월 새우깡 브랜드의 신제품 ‘깐풍새우깡’을 출시했다. 깐풍새우깡은 센 불에 재료를 빠르게 볶아내는 중국식 ‘깐풍’ 조리법에서 착안한 제품이다. 짭조름하고 고소한 새우깡의 맛과 간장을 볶아 새콤달콤한 깐풍소스의 맛이 색다른 조화를 이룬다.
깐풍새우깡은 종전의 익숙한 제품에 색다른 맛을 더하는 제품 개발 방식을 따른 것이다. 농심은 스낵시장 최장수 제품인 새우깡에 요즘 대세인 중국 스타일의 맛을 더해 친근함과 새로움을 주고자 했다. 이로써 새우깡 브랜드는 새우깡(1971년)과 매운새우깡(2000년), 쌀새우깡(2004년)을 포함해 총 네 종류가 됐다. 농심은 깐풍새우깡으로 국민 스낵 새우깡 인기에 힘을 더해 나갈 계획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스낵 새우깡을 개발하기 위해 당시 농심 연구원들은 1년간 밤을 새워가며 연구에 몰두했다. 개발에 사용된 밀가루 양만 4.5톤 트럭 80여 대분에 이를 정도였다. 1970년대 초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실로 엄청난 양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 까닭은 새우깡의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튀김 온도가 적절하지 않아 수도 없이 태우는 과정을 반복했고, 또 가장 먹기에 적당한 강도를 유지하기 위한 강도 실험만도 수백 번이나 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과자를 만들 때 기름에 튀겨내지만 새우깡은 가열된 소금의 열을 이용해 튀겨내는 파칭(Parching)법을 창안해 새우 함량에 따른 최적의 맛과 조직감을 창출해 냈다. 그 결과 경쟁사들이 외형은 모방할 수 있어도 맛과 품질은 결코 모방할 수가 없었다. 특히 일반 파칭과 달리 식물성 기름인 팜유를 뿌려준 상태에서 파칭하는 독특한 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 더욱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을 창조해 냈다. 이러한 농심 연구원들의 눈물과 땀은 애초에 기대했던 맛의 제품을 만들어냈고, 반세기 가까운 오늘날까지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이 됐다.
새우깡이라는 브랜드명 역시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우리의 음식 이름 가운데 ‘깡밥’, ‘깡보리밥’ 등에서 따온 ‘깡’이라는 말은 순박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사실 ‘새우깡’이라는 브랜드명은 개발 당시 농심 신춘호 사장의 어린 딸이 ‘아리랑’을 ‘아리깡~ 아리깡’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당시 새우스낵, 새우튀밥, 새우뻥, 서해새우 등 갖가지 이름이 거론됐으나 ‘이거다’ 싶은 게 없었는데, 어린 딸이 잘못 발음한 ‘아리깡’에서 ‘아리’를 떼고 ‘새우’를 붙여봤더니 신기하게도 잘 어울렸다. 신춘호 사장은 새우와 깡을 결합해 ‘새우깡’이라고 이름을 지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