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소설의 계절’이라 불릴 만큼 소설책의 수요가 많다지만, 올해는 소설보다 에세이가 대세로 나타났다. 교보문고의 7월 판매량 집계 결과에 따르면 에세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6% 늘어난 반면, 소설은 작년보다 18.7% 줄었다.
여전히 전체 판매량에서는 소설이 에세이보다 많지만, 작년 7월 소설대 에세이 판매 비중이 70.6%대 29.4%이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7월에는 57.8%대 42.2%로 그 차이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 같은 에세이 강세 현상에 따라 7월 셋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20위권 내 절반인 10종이 에세이였다.
교보문고는 올해 유난히 에세이가 대세로 떠오른 이유를 ‘SNS’, ‘캐릭터’, ‘탈진 증후군(번아웃 증후군)’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분석했다.
베스트셀러 3위에 오른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독립 출판물로 시작해 SNS 채널로 인기를 얻어 대형 서점까지 진출한 책이다. 이 책은 10년 넘게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하는 상태)와 불안장애를 겪으며 정신과를 전전했던 저자와 정신과 전문의와의 12주간의 대화를 엮었다. 사적인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어두운 감정만 풀어내기보다는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속은 곪아 있는 사람들,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에게 이제까지 간과했지만, 본인에게서 나오고 있을지 모를 또 다른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베스트셀러 4위에 오른 ‘모든 순간이 너였다’ 역시 SNS 팔로워가 10만 명이 넘는 하태완 작가의 책이다. 위로받고 싶을 때, 설레고 싶을 때, 사람에게 상처받았을 때, 삶의 모든 순간에 특별한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중한 모든 순간을 나누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지금 이 빛나는 순간을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은 나에게, 반드시 선물해주고 싶은 책으로 꼽힌다.
‘캐릭터’는 캐릭터 에세이류의 인기를 일컫는다. 곰돌이 푸 캐릭터를 중심으로 위로의 말들을 적어놓은 책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시리즈는 모두 20위권 내에 자리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곰돌이 푸 시리즈는 푸의 메시지와 삽화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부터 엉뚱한 모습까지 우리를 자꾸만 웃음 짓게 한다.
일과 인간관계 등으로 인한 ‘탈진 증후군’에 빠진 이들을 다독여주는 에세이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 ‘언어의 온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등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전승환 작가의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도 행복은 여전히 손에 잡히지 않고, 행복할 무수한 기회를 놓치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행복 감수성을 일깨워주는 글을 담았다. 저자는 행복은 누구나 바라고 원하지만, 사실은 어디에나 있고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행복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멀리 보기보다 가까운 곳으로 눈을 돌려 나만의 행복을 발견하는 데 온 마음을 쓰라고 조언한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 역시 현대 사회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위로하고자 ‘언어’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저자는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말과 글의 진짜 힘을 전한다.
이처럼 SNS, 캐릭터, 탈진 증후군을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는 에세이의 주요 독자층은 20~30대 여성이다. 7월 에세이 분야의 성별·연령별 판매 비중은 20대 여성 22.88%, 30대 여성은 22.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여성 전체 비중은 70.76%로, 소설 분야의 여성 비중 61.51%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