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 풀밭과 하천에 ‘볼일’을 보는 인도 사회의 관습은 인도인들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공공위생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까지 발목 잡을 만큼 ‘악질’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환경 오염과 질병 등 불결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6.4%에 이른다. 이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볼일은 화장실에서’라는 제1의 과제를 들고 2014년 취임했다. 이후 모디 정부는 200억 달러(약 22조4000억 원)를 들여 5년 안에 인도 전역에 1억1000개의 화장실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우선 마하트마 간디 탄생 150주년이 되는 2019년까지 8000만 가구에 화장실 건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국가 차원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 시장은 기쁨의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화장실 건설과 위생 상품 등을 중심으로 관련 시장은 2021년까지 6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인도 내 콘크리트 건축 자재의 매출이 81% 상승했고, 화장실과 위생용품 매출도 48%나 뛰었다. 인도 최대 대기업 타타그룹에서부터 세정제 ‘데톨’을 만드는 영국 레키트벤키저 등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큰 이익을 보고 있다. 레키트벤키저는 발리우드 스타들을 모델로 내세워 식기세척기를 광고하는 등 ‘노를 젓고’ 있고 힌두스탄유니레버는 화장실 청소를 위한 저가 분말세제를 출시했다. 특히 인도 화장실 관련 제품 시장을 주도하는 영국기업 슬로의 매출도 지난해 11%나 상승했다. 기업들은 가정용 위생용품에 대한 인도 대중의 인식 확산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화장실과 공공위생을 위한 공공지출을 늘리면서 일부 기업들은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정부와의 사업 합작 기회도 포착하고 있다. 저가형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하는 벤처기업 사라플라스트는 인도 서부의 푸네시 당국과 협력해 노후 버스를 이동식 화장실로 개조하고, 여성들을 위한 ‘깨끗하고 안전한 화장실’을 제공하고 있다.
상하수도 파이프 제조업체인 인도흄파이프는 2018 회계연도에 인도 6개 주에서 20개 프로젝트를 총 3억 달러에 수주했다. 변기와 욕조를 만드는 CRS와 소마니세라믹의 주가는 2014년 8월 모디 총리가 ‘깨끗한 인도’를 선언한 뒤 지금까지 두 배 넘게 뛰었다. 카자리아세라믹과 HSIL 주가도 같은 기간 40% 이상 상승했다. 타타그룹의 철강사업 부문은 미생물분해 기술이 탑재된 조립형 화장실을 만들고 있다. 회사는 3월 고속도로 휴게소에 공공화장실을 설치하기도 했다.
타타그룹 계열 타타트러스트의 기술담당 책임자 프라바트 파니는 “민간 기업들은 ‘깨끗한 인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역량을 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