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비·건설투자는 감소세를 이어갔고, 기업심리(BSI)와 경제심리(ESI)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다. 특히 경기 전망이 현재보다 더 어둡다는 점이 큰 문제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7% 감소하면서 2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됐다. 서비스업생산은 0.2% 증가했지만 광공업생산이 0.6% 감소했다. 광공업생산은 자동차(-7.3%), 화학제품(-3.6%) 등에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제조업은 수출과 출하가 모두 줄며 부진을 이어갔다. 재고도 전월 대비 1.1% 증가했다.
그나마 소매판매는 월드컵 특수와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편의점과 대형마트 판매가 늘면서 0.6% 증가했으나, 내구재 판매(-2.8%)는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투자도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설비투자는 4월 -2.5%에서 5월 -3.0, 6월 -5.9%로 3개월 감소 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반도체제조용기계 수입이 줄면서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 투자가 9.9% 감소했다. 건설기성도 건축(-3.8%), 토목(-7.6%)이 모두 줄면서 전월 대비 4.8% 감소했다.
앞으로 경기 전망은 더 어둡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생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2포인트(P) 하락했으며,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1P 하락했다. 기업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들의 판단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업황실적 BSI도 75로 전월 대비 5P 하락했다. 이는 메르스 사태 발발 직후였던 2015년 6월 이후 3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자, 지난해 2월 이후 17개월 만에 최저치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6P 떨어진 74로 2015년 6월(7P↓)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중 무역마찰 본격화에 따른 중국 수요 위축 우려로 화학제품이 11P 급락했고, 미국의 수입자동차 관세 부과 우려에 자동차도 7P 내려앉았다. 디스플레이·스마트폰 등도 부진을 이어갔다. 비제조업도 4P 내린 76을 보였다. 중소기업(5P↓)보다는 대기업(6P↓)이, 수출기업(3P↓)보다는 내수기업(7P↓)의 하락 폭이 더 컸다.
향후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8월 업황전망 BSI도 부진했다. 전산업은 73으로 전월 대비 7P 하락했다. 경영 애로사항으로는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내수부진(각각 20.9%, 17.1%)을 꼽았다.
소비자심리(CSI)와 BSI를 종합한 ESI도 93.1로 전월 대비 5.1P 하락했다.
권처윤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BSI와 CSI가 동반 하락하면서 ESI가 부진했다"면서도 “무역분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