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이 입법 권한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재벌들은 갖은 수단과 방법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재벌들은 법 위에 서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첫째는 편법을 활용해 법을 우회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2013년 국회는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금지시키는 공정거래법’을 통과시켰다. 사익편취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에 대기업집단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총수 일가 주주가 부당하게 이익을 가져가는 행위를 뜻한다.
취지는 좋았으나 이 법안은 재벌들이 꼼수를 통해 법을 우회한 대표적 사례가 됐다. 총수 일가 지분율은 상장사 30%(비상장사 20%) 이상이 법 적용 대상이지만 법 시행 이후 재벌들은 총수 일가 지분율을 29.9%로 교묘하게 맞춰 법망을 피해갔다. 오히려 재벌들은 지분율은 낮추고 내부 거래는 보란 듯이 높였다. 법 시행 후 7조9000억 원 규모였던 내부거래 규모는 2017년 기준 14조 원 규모로 껑충 뛰었다.
둘째는 법이나 하위법령 자체에 꼼수를 숨겨놓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험업법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비금융 계열사 지분(산업자본)을 총자산의 3%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해 금융사가 산업자본을 많이 가질 수 없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재벌들은 하위 법령인 보험업법감독규정에서 이 3%를 산정하는 기준에 꼼수를 넣었다.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계산하도록 한 것이다.
본인은 이 같은 재벌들의 편법과 꼼수를 막기 위해 관련 법안을 많이 발의했다. 가장 최근에 발의한 법안은 재벌 총수 일가와 관련된 주주총회에서 재벌 총수 일가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이 법은 재벌들의 부당한 경영권 승계나 사익편취를 방지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공익법인을 통한 총수 일가의 편법 지배력 강화 방지를 위해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있다. 현재 재벌 소속 공익법인들은 출연받은 계열사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의결권을 행사하며 재벌들의 편법 지배력 강화에 활용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보험업법감독규정을 통한 꼼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산정방식이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돼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의 3% 이상을 소유하지 못한다는 원칙이 지켜질 것이다.
기업이 활력 있게 움직이고 경제가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올바른 규칙과 원칙이 바로 서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는 절실하다. 하지만 이를 위한 법안들은 현재 대부분이 소관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이는 입법 권한을 가진 의원 한 명이 행사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함께 관심을 두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시간은 많지 않다. 이제 시작한 20대 후반기 국회에서는 더욱 활발한 논의와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