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혐오 뒤에 누가 웃을까

입력 2018-07-2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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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운 온라인뉴스부장

지금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혐오’다.

혐오는 ‘어떤 무엇이 자신에게 해를 가할 수 있다’라는 가장 원초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사회적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형성된다. 썩은 냄새나 지독한 맛처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생리적 혐오’에서부터 인종이나 종교, 성 소수자 차별 등의 ‘도덕적 혐오’까지 모두 사회적 학습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렇기에 닮은 감정이지만 ‘분노’와는 확연히 구별되며, 지역과 시대에 따라 형성된 집단의 문화권마다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근친상간이 현재는 터부시되고 있지만, 먼 과거에는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던 것처럼 말이다.

3~4년 전부터 한국의 인터넷은 혐오로 물들고 있다. 빈부격차로 인한 갈등은 물론이거니와 정치적 입장에 따른 세대 갈등,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불어온 성별 갈등을 바탕으로 하는 혐오 발언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커뮤니티에 넘쳐나고 있으며, 뉴스 댓글에서 절정을 이룬다.

혐오가 우리 사회에 표면적으로 두드러져 보이게 된 것은 그때그때 드는 생각을 짧은 글로 올리는 SNS가 확산한 시기와 때를 같이한다. 없었던 혐오가 생긴 게 아니라, 의견을 쉽게 나눌 수 있는 거대한 광장이 생기자 수면 위로 떠오른 일종의 부작용인 셈이다.

그간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현실과 다소 괴리된 현상으로 구분 짓고 이를 온라인이라는 각도에서 해석하려 했다. 하지만 혐오의 경우 유발하는 원인이 오프라인, 바로 우리 사회에 명확하게 있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최근 혐오와 관련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경우 연예,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의 절망이 그 배경이며, 메갈리아나 워마드의 경우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피해 심리가 근간을 이룬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간 사회에서 혐오는 하나의 ‘꼬리표 붙이기’로 볼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직장을 뺏는 도둑으로 몰아붙이고, 여성을 남자에게 기생하는 무능력자로, 남성을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한남충으로 폄훼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집단 내의 왕따나 조리돌림 등의 배척 행위로 자신의 입지와 이익을 확고히 하자는 데 이유가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행위를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분출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좀 더 자극적인 사건을 만들고, 이로 인해 사회가 떠들썩해지면 이를 놓고 웃고 떠들며 조롱하는 것이다. 망자를 조롱하는 이미지를 교묘히 삽입하거나, 대부분 자작극으로 끝나지만 최근 벌어진 성체 훼손, 남성 화장실 몰카 예고와 같은 사건이 한 예다.

그렇다면 일베와 메갈리아, 워마드만이 혐오의 전부일까. 며칠 전 한 정치인의 죽음에 대해 애국당 보좌관은 “잔치국수 드디어 먹었습니다. 오늘 저녁 못 드신 분 몫까지 2인분 먹었습니다. 매년 7월 23일을 좌파 척결 기념일로 지정하고 잔치국수를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잔치국수 인증샷’을 올렸다. 이는 고(故) 노회찬 원내대표가 지난해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자, 잔치국수 사진을 올리며 한 발언을 패러디한 것이다. 글쓴이는 노 의원을 빗댄 재치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망자에 대한 도리를 넘어서도 한참 넘어섰다. 이후 부랴부랴 사과했지만, 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 수치를 올리는 데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혐오를 통해 이득을 얻는 자들이 있다. 중세시대 유럽의 대표적 혐오 범죄인 마녀재판 역시 영주에 대한 공포와 복종심을 심기 위해 주로 힘없는 소외계층인 노파들을 잡아 불태운 것 아니겠는가.

편 가르기를 조장하는 이들은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거나, 어느 방송 패널로, 어느 대학 교수로, 어느 단체의 장이 되기 위해 지금도 혐오를 이용하고 있다.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다분히 의도된 것이고 누군가는 그로 인해 이익을 볼 것이라는 의심이 생길 때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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