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업종 규제 문턱이 대폭 낮아진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규제가 완화된 업종 중에서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은 업체는 ‘공유’를 콘셉트로 한 임대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신규 벤처 투자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 규제 완화 이후 수혜를 본 업종은 아직까지 임대업에 국한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벤처투자와 공동으로 발표한 ‘2018년도 상반기 벤처투자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벤처 투자액은 1조6149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인 1조16억 원보다 61.2% 증가한 규모다. 벤처투자를 받은 업체 수는 708개 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바이오와 의료 분야의 투자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바이오와 의료 분야의 투자액은 4139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69.3% 늘어났다.
중기부는 정부의 창업·벤처 지원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민간 투자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5월부터 부동산 임대업, 미용업 등 18개 업종도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풀었다.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23개 업종 중 일반 유흥 주점업, 무도장, 유흥성·사행성 등 관련 5개를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벤처기업 확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규제 완화로 여관업, 무도장 운영업, 피부미용업, 골프장 운영업, 마사지업 등 분야에서도 벤처기업 확인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규제가 풀린 뒤 두 달 가까운 기간 동안 새롭게 허용된 업종에서 벤처기업 확인을 받은 업체는 ‘패스프파이브’, ‘원패밀리’ 단 두 곳뿐이었다. 패스트파이브는 공유오피스 업체로 2015년 4월에 1호점을 열었다. 최근에는 성수역 인근에 13호점을 냈다. 중기부 관계자는 이날 ‘상반기 벤처투자 동향’ 설명회를 패스트파이브 신논현점에서 한 배경도 패스트파이브가 지난달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은 데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 곳은 셰어하우스 ‘동거동락’을 설립한 원패밀리로 2016년 9월 설립된 뒤 현재 17개 지점이 운영되고 있다.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중소기업인 동시에 벤처투자자로부터 5000만 원 이상 및 자본금의 10% 이상 투자 유치 등 3가지 요건 중 한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패스트파이브와 원패밀리 모두 자본금의 10% 이상 투자 유치에 성공해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을 수 있었다.
이에 업종 규제가 풀렸는데도 여전히 벤처투자가 안정성을 갖춘 곳으로만 몰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기준 국내 벤처기업 수는 3만6350개다. 이번 달에만 1167개 업체가 벤처기업으로 새로 확인받았다. 6월 벤처기업이 된 업체의 순증가 수는 233개다. 벤처기업 확인을 받으면 세제 혜택, 코스닥 상장 시 요건 완화, 특허 신청 시 우선 심사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각종 정부 사업에서 가점을 부여받는다.
김대희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장은 규제가 풀려도 안전한 업종에만 투자가 쏠리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투자자들은 사업의 비전을 보고 투자하는 것일 뿐”이라며 “피부미용업 등 업체들이 혁신을 보여준다면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1000원을 투자해 1100원을 벌고 싶은 사람은 굳이 벤처 투자를 하지 않는다”라며 “그런 점에서 벤처 투자 자체를 안전한 투자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석종훈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도 “패스트파이브와 원패밀리 모두 임대업에 혁신을 가미했기 때문에 투자를 받은 것”이라며 “규제가 풀린 피부미용업, 마사지업 등 업종에서도 앞으로 혁신성이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