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관세 폭탄을 퍼붓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해 중국경제가 흔들리게 되면 대중(對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경제 위기가 한국 경제에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새로운 시장 발굴과 산업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하 현대연)이 최근 발간한 ‘차이나 리스크, 교역 경로를 넘어선 중국 경제위기 전염 가능성에 대비하자’라는 제목의 경제주평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p) 하락하면 한국의 수출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이 각각 1.6%p, 0.5%p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연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4월 전망한 2018년 중국 경제성장률 6.6%를 기준으로 할 때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5.9%로 하락한다면 같은 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0.3%p의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 중국 경제성장률이 4.4%의 경로를 따른다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1.2%p의 하락 압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내다봤다.
현재 중국 경제는 미·중 간 무역 전쟁으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이달 6일 34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10일에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로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도 이에 맞서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의 이 같은 행보를 멈추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만약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관세 폭탄을 지속으로 받게 된다면 중국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여러 부분에서 위기 요인들이 노출되고 있는 중국 경제로서는 미·중 무역 전쟁이 자칫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는 셈이다.
실제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행한 경기부양 정책으로 형성된 버블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2017년 6.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점차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소매판매 증가율은 2014년 12.0%에서 2018년(1~5월) 10%로 하락하고 있고, 고정투자 증가율도 같은 기간 15.7%에서 6.1%로 내려가는 등 소비와 투자의 둔화세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내수 경기가 부진하다 보니 최근 중국 경제가 수출에 의존하는 추세를 보인다. 2017년 기준 중국의 수출의존도(수출액/GDP)는 19.0%, 대미 수출 의존도는 18.9%로 2008년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미국으로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중국으로서는 미·중 통상분쟁 여파로 수출이 타격을 입게 되면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기에 중국의 3대 ‘회색 코뿔소’라고 불리는 기업부채, 부동산 버블, 그림자금융 문제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으며 경제 외부로부터 큰 충격이 발생하면 이러한 불안 요인들이 경제 위기의 가능성을 증폭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이러한 악재 요인들이 맞물려 중국이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면 한국 경제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현대연은 진단했다.
경기지수의 상관관계에서 한국과 중국의 움직임이 비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고, 양국 경제의 연결고리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특히 한국의 대중 수출의존도가 전체 수출의 30%에 육박하고 있고, 중국 시장에 진출·투자한 우리 기업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 경제 위기가 곧 한국 경제 위기로 전염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현대연은 또 최근 금융시장에서도 한·중 간의 동조화 현상을 보여 우리나라의 환율, 주가, 금리가 중국 경제 여건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중국 경제에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막대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중국 경제 위기의 전염을 막을 대응 전략 마련이 절실하다고 현대연은 지적했다.
먼저 미·중 간 무역분쟁과 경제 자체 위기관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중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한국 경제에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현대연은 수출 품목 및 지역의 다각화, 현지화 등을 통해 중국 등 특정 대상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완충 능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인도, 아세안 등 성장 잠재력인 높은 신규 시장에 대한 공략을 확대하는 등 수출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최근 저하되고 있는 국내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산업계의 역량 확보와 정부의 실효적 지원 간 유기적인 결합 지속, 산업 활력 중심의 경제 정책 재수립이 필요하다고 현대연은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