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용어 정리되나 = 각국 정부는 ‘화폐’라는 용어의 사용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 암호화 자산을 화폐의 기능인 △교환의 매개수단 △계산단위 △가치의 저장수단 등에 비춰 점검했다. 화폐 역할을 하기 위해선 가격 변동성이 적고, 광범위한 수용성 등을 내포해야 하지만 암호자산은 그렇지 않다는 게 한은의 결론이다.
최근 G20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비트코인 등이 △화폐로서의 핵심 특성 결여 △통화라는 명칭으로 일반 대중에게 화폐로 오인될 가능성 △현실에서 주로 투자 대상이 됨을 감안해 암호자산(Crypto-assets)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비트코인 등이 실물 없이 가상으로 존재하고 법화와의 교환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가상통화(Virtual currency)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국제결제은행(BIS)에서는 일부 화폐적 특성을 지니고 디지털 형태로 표시되는 자산이라는 점을 고려해 디지털 통화(Digital currency)로 분류 중이다.
‘화폐’라는 용어를 고집하는 일부 업계와 투자자들을 제외하면 비교적 수용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개념 정리는 제도권 편입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투자자 보호·자금세탁 방지 얼개 나와 =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한 거래소(취급업소) 관리를 최우선으로 진행해왔다.3년 이내의 신생기업이 관리하기엔 지나치게 많은 자금이 모였던 게 이유였다.
입출금 계좌 실명 확인을 시작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거래소 관리의 허점을 지적했다.
최근 정부는 가상화폐의 국내외 이동을 추적하기 위해 제도를 마련하는 등 자금세탁 방지를 강화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7일 농협과 국민은행, KEB하나은행을 대상으로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운영 상황을 점검한 결과 이런 내용 등을 담은 개정안을 마련했다. 금융위 의결을 거친 가이드라인 개정안은 7월 10일부터 1년간 시행된다. 추후 연장할 수 있다.
FIU·금감원은 우선 가상통화 거래소의 경비 운영을 목적으로 한 비집금계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거래소의 계좌는 이용자의 자금을 모으는 집금계좌와 경비 운영 등 목적으로 개설되는 비집금계좌가 있는데 금융사는 집금계좌에 대한 모니터링 강도를 높여왔다.
금융당국은 일부 거래소에서 집금계좌로 모은 자금을 비집금계좌로 이체한 사례를 적발했다. 감시가 소홀한 비집금계좌로 이체한 자금을 범죄 목적으로 악용하거나 비집금계좌를 집금계좌로 쓰는 편법을 구사한 것이다. 이는 거래소 고유재산과 이용자 자금을 구분·관리하기로 한 가이드라인 취지에도 어긋난다.
FIU·금감원은 이런 문제를 보완하고자 비집금계좌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상거래 발견 시 취급업소에 고객 확인을 강화할 예정이다.
고객확인 강화는 고객의 신원 정보뿐 아니라 거래 목적과 자금 원천까지 확인하는 자금세탁 방지제도다.
◇세금 부과안은 아직 = 투자자 보호와 자금세탁 방지의 기본 골격이 갖춰지면서 세금 관련 제도가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과세 중인 일본, 미국 등 주요국은 가상화폐를 분류한 기준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일본은 가상화폐를 상품으로 보고 세법상 과세요건 충족 시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또 가상화폐 매매차익 등을 잡소득으로 인정하고 관련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보고 자산에 관한 세법상 일반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가상통화 매매와 관련해 발생한 소득에 대해선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부가가치세는 이중 과세 부담 때문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국가는 가상화폐에 부가가치세는 부과하지 않고 있다. 가상화폐를 지급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소비자가 가상화폐를 매입하고 이를 활용해 구매할 때 이중 과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세금 부과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