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의 이슈노트] 정부의 대기업 정책 변화를 기대한다

입력 2018-07-1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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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차장

문재인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인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취임 후 1년 2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이 부회장과의 깜짝 면담을 통해 하반기 일자리 창출 등 경제 드라이브에 경제계의 동참을 요청했고, 이 부회장은 “감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다음 날 문 대통령은 ‘한·인도 CEO(최고경영인) 라운드 테이블’에서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모디 인도 총리와 함께 행사장에 입장하기 직전 마힌드라 회장을 발견하고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는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 그것이 노사 간 합의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남아 있다.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남북, 북미 관계 개선 등 외교 안보 문제에 치중해 온 대통령이 직접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회 전반에 깔린 반(反)기업 정서를 해소하고,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경제 활성화 노력을 해 달라는 주문이다. 대기업 옥죄기에만 나섰던 정부의 종전 행보와는 달라진 느낌이다. 문 대통령이 마힌드라 회장을 발견하고 먼저 다가가 쌍용차 문제를 거론하며 해결을 당부한 것 역시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큰 걸림돌 중 하나인 노사정 실타래를 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는 점점 악화하고 있다. 5월 청년실업률은 10.5%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신규 취업자 수는 20만 명대 아래로 떨어졌다. 소득계층 상·하위 20%의 올 1분기 가계소득 격차는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외교 성적표는 A인데, 경제 성적표는 F다. 결국 낙제점이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5월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에서 “올 1분기 소득분배 악화는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경제전문가들은 사실상 분배 위주 정책에만 치중해 온 문재인 정부가 이제라도 균형 잡힌 경제 정책을 내놓길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를 빼면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은 기득권과 규제의 벽에 막혀 한 발짝도 못 나간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와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하루빨리 내놔야 한다.

재계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여전히 신중론을 내놓는다. 이번 정부 자체가 촛불 민심을 토대로 세워졌기 때문에 ‘재벌 개혁’이라는 코드를 버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 등 기업에 요구할 건 요구하면서 삼성 등 재벌기업에 대해서는 계속 각을 세우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실제 검찰은 전날 오전에도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의혹과 관련해 삼성전자 경영전략실을 압수수색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뭔가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예전보다 크다는 데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성과가 없어 너무 초조하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을 임명한 것에서도 정부 경제 정책의 변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윤 수석은 기획재정부의 요직을 두루 거쳤고, 국제통화기금(IMF) 이사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역임하면서 거시경제를 섭렵했다. 균형 잡힌 시각에다 정부 부처와의 정책 조율 역량도 갖췄다는 평가다. 앞으로 정부가 대기업을 적폐가 아니라 경제 운영의 파트너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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