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움직임에 좌불안석이다. 철강업계는 최근 이슈가 된 유럽연합(EU)의 세이프가드보다 국내의 전기요금 인상을 더 걱정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산업용 심야시간(경부하) 사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조정에 들어갔다. 정부는 올해 12월까지 이를 확정할 계획이다.
오후 11시부터 오전 9시까지 사용하는 산업용 심야 전기요금이 연내 인상되면 국내 철강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시간 제철소나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만큼, 사용해야 할 전력 소모량도 많기 때문이다. 전기로를 사용하는 현대제철의 경우 지난해 전기요금으로만 약 1조 원 이상을 지출했다. 이는 지난해 현대제철의 매출의 5% 수준이다. 이 회사는 전체 철강 생산량 가운데 절반 가량을 전기로에서 생산하고 있다.
철강업은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산업군 중 하나다. 2015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소모한 기업도 현대제철이다. 포스코와 동국제강도 이 기간 전력 소비는 각각 3위, 13위였다. 한전과 정부의 계획대로 전기요금이 올라가면, 그만큼 이들 기업이 부담해야 할 제조원가는 더욱 커지는 셈이다. 포스코가 약 8000억 원, 동국제강이 약 2000억 원의 전기요금을 한해 지출하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빅3’ 철강업체가 지불하는 한해 전기요금은 2조 원 이상이다.
철강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제조원가 상승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의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별도로 유예기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업체별로는 노후화 설비를 교체하면서 전기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