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 남북정상회담 때만 해도 굉장했죠. 최근엔 문의 자체도 많이 뜸해지고 매물도 없어져서 거래가 어려워졌습니다” (연천군 K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
연천뿐이 아니다. 5일 파주, 연천, 철원, 고성 등의 북한 접경지역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한동안 남북관계 해빙으로 영향으로 주목받았던 북한 접경지역 토지 거래 붐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단기간 급등세를 보인 땅값을 보고 기대가 커진 지주들이 매물을 거두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최근 몇 달 새 주목받은 남한 내 북한 접경지 토지 시장은 경의선이 지나는 데다, 개성과 가깝기까지 한 파주시 일대가 특히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파주시의 임진강 너머 북쪽에 위치한 군내면, 장단면, 진동면은 2017년 한 해 동안의 지가 상승률이 3%~5.5%에 불과했지만, 정상회담이 있었던 4월 한 달 동안에만 22.07%~26.62%의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1~5월까지 이들 3개 면의 누적 지가 상승률은 군내면 56.37%, 장단면 50.70%, 진동면 38.29%에 달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파주 토지 거래는 한산해졌다는 것이 현장의 말이다. 파주의 H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4월 이후 민통선 안쪽인 장단면 땅에서 많이 오른 곳은 중에는 3.3㎡에 3~5만 원에서 20만 원이 된 곳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들어서부터는 너무 많이 오른 탓에 주인들이 안 팔려고들 하는 분위기라 딱히 권할 만한 매물은 없다고 보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역시 개성과 인접한 경기 연천군의 공인중개사 역시 “5월까지만 해도 민통선 안쪽 땅값이 오른다는 뉴스가 많이 나오며 문의도 엄청나게 늘고 가격도 크게 올랐지만 6월부터는 문의가 거의 없다시피 하게 됐다”며 “아무래도 똑같이 북한을 접한 지역들이라고 해도 기대가 많은 개성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열기가 식는 속도도 빠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협 개발이 기대되는 서부에서 멀리 떨어진 철원, 고성 등 강원 지역 접경지 시장에서는 매도자들이 시장 상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누적 지가 상승률이 1.03%였던 강원 고성군 현내면의 지난 4월과 5월 월별 지가 상승률은 각각 2.70%와 3.56%를 기록했다. 하지만 6월 들어서부터는 거래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 지역 인근 공인중개사는 “DMZ 안쪽 땅들을 위주로 크게 흔들렸고, 4월까지도 매물이 나왔으나 6월부터는 모두 들어가 버렸다”며 “매도자들이 기대심리가 생기며 매물을 다 거둬간 데다, 매수자들 역시 당장 개발 호재가 있는 것도 아닌 접경지를 굳이 올라간 호가에 살 이유가 없어 거래가 사라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철원군 철원읍의 공인중개사도 “땅주인들이 남북관계가 갈수록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며 전방의 땅을 잘 팔지 않으려고 한다”며 “매물로 나오는 땅은 서면 같은 후방 쪽 북한과 떨어진 땅이고, 매수자들은 전방의 땅을 찾기 때문에 성사되는 거래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두세 달 전쯤엔 자주 출몰하던 기획부동산도 요즘엔 뜸해졌다. 고성군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남북정상회담 직전쯤 나타나던 기획부동산들도 이제는 오를 대로 오른 땅값 때문에 수지가 맞는 장사를 하기 어려워져 지금은 대부분 사라져버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토지 열풍이 일었던 지난 4~5월에 유행한 이른바 ‘묻지마’식의 투자를 경계하고 접경지 투자에 신중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북관계는 상황에 따라 굉장히 들쭉날쭉하게 변하는 이슈인데 최근 들어서 일시적 호재로 지나치게 거래가 활발해진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며 “접경지 토지 투자 역시 일반적인 도심 상가나 주택 부동산 거래할 때와 마찬가지로 세심히 확인하고 따져보지 않으면 기획부동산 등에 의한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기획부동산에 의한 손실을 막는 방안에 대해서 철원의 한 공인중개사는 “흔히 말하는 기획부동산은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접촉해오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리 친한 이의 권유라 할지라도 현지에서 매물의 시세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며 “기획부동산은 일반적으로 4배 이상의 차익을 거둬야 하기 때문에 간단히 전화로 시세를 확인해 보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