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 금융시장 전문가가 전해 준 말이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관측이 시장 저변에서 솔솔 불거지고 있다. 5월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언급으로 불거진 경기불황 초입 논쟁을 차치해 두고라도, 올 하반기 우리 경제가 상반기 성장세만큼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측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은도 올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경기가 좋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4월 전망 당시 예측한 올 상·하반기 성장률(GDP) 전망치는 각각 3.0%와 2.9%였기 때문이다. 다만 1월 당시 전망치(각각 3.2%, 2.8%)와 비교하면 상반기 성장률은 0.2%포인트 낮춘 반면, 하반기 성장률은 되레 0.1%포인트 높인 것이다. 그만큼 하반기 성장세를 낙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최근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은 전망 경로를 이탈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선 미·중(G2) 간, 미·유럽(EU) 간 무역 분쟁의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 이슈가 단기간에 끝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올 11월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한은이 주최한 금요강좌 강연에서 “미·중 간 국지적인 무역 갈등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둔화할 경우 한국의 총수출은 1.4%포인트, GDP는 0.5%포인트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시장은 이미 이 같은 불확실성에 출렁였다. 원·달러 환율은 불과 보름여 만에 55.2원이나 치솟았고(원화 가치 하락),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도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급락했다.
국내 경기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6월 수출은 넉 달 연속 500억 달러를 웃돌았지만,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1% 하락했다. 5월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99.7)는 부진한 흐름이고,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0.0으로 2016년 9월(100.0)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그만큼 향후 경기를 낙관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고용과 경제심리는 더 심각하다. 5월 취업자수는 7만2000명에 그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월 이후 가장 낮았다. 기업(BSI)과 소비자(CSI)를 아우르는 경제심리지수(ESI) 순환변동치도 6월 현재 96.9(기준치 100)로 작년 4월(96.7)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금리 인상이 있었던 지난해 11월(98.9) 이후 내리 7개월째 하락 중이다.
한은은 수출 증가세가 여전하고 소비와 물가도 심리호조 등을 바탕으로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 중이다. 그런 수출과 심리가 이미 삐걱거리고 있다.
불확실성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을 제약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실제 최순실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으로 한은 통화정책방향 종합판단에 ‘불확실성’이라는 문구가 삽입됐던 2016년 1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넉 달 연속 한은 금통위는 만장일치 동결 행진을 이어갔었다.
최근 증가세가 둔화했다고는 하나, 가계 부채 문제도 두고두고 한은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1분기(1~3월) 현재 1468조 원을 기록 중인 가계 부채는 그렇잖아도 미 연준(Fed)의 금리 인상 속도 가속화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소위 초이노믹스에 발맞춰 금리를 인하한 한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이 같은 제약 속에서도 한은은 최근 금리 인상에 대한 의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원론적인 입장임을 전제했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한다”고 밝혔었기 때문이다. 현 1.5%인 기준금리를 중립금리로 추정되는 2.0%까지는 올려놔야 향후 경제 상황에 대응해 인상을 하든 인하를 하든 여력이 생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도 3월 말 총재 임기 종료에 한 번의 추가 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게 한은과 금융시장에서의 평가이기도 하다. 이 총재는 이미 연임 총재 타이틀까지 달았다. 또다시 타이밍을 놓치는 일은 없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