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2일 전 거래일보다 54.59포인트(2.35%) 내린 2271.54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5월 10일 2270.12 이후 최저치다.
시가총액은 1519조 원으로 하루 만에 36조 원이 사라졌다. 장중 역대 최고치(2607.10)를 찍었던 1월 29일 1689조 원과 비교하면 5개월 새 170조 원이 증발했다. 앞서 코스피는 지난달 29일 장중 2296.39까지 떨어지며 13개월 만에 2300을 밑돌면서 불안감을 키운 바 있다.
하락세를 지속한 코스닥 역시 2일 전 거래일보다 28.40포인트(3.47%) 급락한 789.82로 장을 마쳤다. 올해 들어 첫 800선 붕괴다.
미 달러화 강세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와중에 최근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투자심리마저 악화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상반기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4조 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스피 3조7622억 원, 코스닥 2914억 원 등 4조536억 원에 달한다. 코스피에서는 지난달에만 1조5872억 원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금액이 빠져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더 떨어져 코스피 지수가 2200선 밑돌 것이라는 암울한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은 무역분쟁 완화 기조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말로 예정됐던 미국의 기술산업에 대한 대중(對中) 투자제한 추가 조치가 사실상 철회됐다”며 “추가 제한 조치 대신 국가안보와 관련된 의회의 심의를 강화하는, 기존의 틀에 의한 조치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관세 부과 예정 시점까지 제시하기로 한 모든 카드를 일단 보여줬다”면서 “지난주 이뤄진 일련의 조치들을 고려해 볼 때, 상호간의 분쟁을 더 격화시키기보다 적절한 양보를 통해 협상의 토대를 마련해 가는 과정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 한국 경제도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중국이 보복에 나설 경우 미국 역시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양국 간 갈등이 점차 완화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코스피 예상 밴드로는 2250~2450을 제시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이 파괴적인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아직 낮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던진 전방위적인 무역압력으로 인해 중국은 자생적 경제구조 구축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시진핑 지도부는 시장 대개방과 내수 육성이라는 두 가지 선택을 통해 미중 무역분쟁을 돌파할 계획”이라며 “미중 무역분쟁의 파고를 타고 중국이 선택한 제조·서비스 대개방과 차이나 2차 소비붐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거대한 담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은 6일 중국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상 발효를 시작으로 무역전쟁이 시작됐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 정부 내에서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로 가는 정책에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낙관했다.
이어 “1차 품목의 리스트는 소비재와 IT(정보기술) 품목이 일체 제외돼 있고 여타 국가로부터 60%는 조달이 가능해 중국 의존도가 양호하다”면서 “미국 기업 및 경기에 영향이 제한적인 품목들로 리스트를 선별했기 때문에 관세 인상이 발효되더라도 과도한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망했다.
또 “트럼프의 궁극적 목표는 중국 ‘제조업 2025’의 견제”라며 “중국 시장 개방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면 미국 시장 개방에 제한을 두는 방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선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피터 나바로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발동을 통해 중국 기업들의 활동 정지 및 재산 몰수를 주장했지만,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한층 완화된 외국인투자제한법을 통한 규제 강화를 제시하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면서 “중국 역시 이에 걸맞은 외국인 투자규제 완화 조치를 즉각 발표하면서 미국의 눈치 보기에 돌입한 만큼 살얼음 같던 분위기가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