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추진하는 복합 쇼핑몰 건립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롯데가 제출한 기존 개발계획을 서울시가 폐기하고 쇼핑시설 규모를 축소한 새로운 안건을 놓고 하반기에 심의를 이어가기로 한 것. 하지만 전통시장 상인과 소상공인들의 반대가 여전해 희망고문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이목이 쏠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27일 제9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상암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 구역 내 특별계획구역(I3·I4·I5)에 대한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을 부결했다. 지역상생협의, DMC역과의 통합개발을 반영한 광역적 도시관리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음을 내세운 서울시는 이번 안건을 부결하되 새로운 안건으로 재상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부지는 롯데가 2013년 서울시로부터 DMC역 인근 부지 2만644㎡를 1972억 원에 사들여 매입한 것이다. 롯데는 백화점, 영화관, 대형마트 등이 포함된 복합쇼핑몰을 건립해 서울 서북권 최대 쇼핑단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골목상권 보호 논란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해당 사업은 망원시장 등 인근 상인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5년간 인허가 결정이 미뤄져 왔다. 이에 롯데는 서울시로부터 사들인 3개 필지 전체에 복합쇼핑몰을 지을 예정이었으나 거센 반대로 전체 시설의 30%를 비판매시설로 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반발이 계속되자 지난해 말 3개 필지 중 1곳에는 비상업시설인 오피스텔을 짓고, 나머지 2개 필지를 통합해 쇼핑몰을 짓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대형마트는 입점시키지 않기로 했다.
상암 롯데몰에 대한 서울시 심의는 2015년 7월과 12월, 지난달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롯데는 서울시를 상대로 쇼핑몰 건립 심의를 재개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제서야 서울시는 지난달 위원회에 개발 계획 원안을 안건으로 올렸지만 결국 ‘보류’로 결론냈다.
롯데는 애초 3개 필지 전체를 상업시설로 쓰려던 계획에서 1개 필지의 비판매시설을 수용한 만큼 2개 필지 합필 개발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인근 상인들은 여전히 2개 필지 통합 개발을 반대하며 쇼핑몰 규모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상암 롯데몰과 맞은편 DMC역을 연계해 개발계획을 짜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DMC역 부지 개발사업자 역시 롯데쇼핑으로, 이곳에 판매·역무·문화 등 복합시설을 지을 예정이며 DMC역에서 내린 승객들이 맞은편 롯데몰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로 위로 연결 다리를 놓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