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감정원 월별 주택거래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주택시장의 증여는 1만1067건으로, 5개월만에 1만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1년 간 전체 증여가 1만4860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증가세다. 지난해 월 평균 증여는 1238건이었는데, 올해는 약 2213건으로 껑충 뛰었다.
반면 매매거래는 위축되면서 전체 주택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율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서울 주택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5.28%였지만 올해는 9.08%로 껑충 뛰었다.
특히 강남4구에서 증여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4501건을 기록했던 강남4구의 증여는 올해 5월까지 3707건을 기록했다. 강남 4구에서 지난해에는 전체 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율이 6.9%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이 두 배에 가까운 13.5%의 증여가 있었다.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4구에서 증여가 특히 두드러지는 현상은 조세부담을 피하는 동시에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주택을 매각하고싶지 않아하는 다주택자의 심리에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배우자에게 주택을 증여할 경우 증여재산공제로 인해 기준시가 6억원 미만의 아파트의 증여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강남의 6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의 경우엔 이같은 혜택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22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나온 보유세 개편안 4안이 모두 종부세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따라 강남 다주택자들 역시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는 것 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든 처분하는 편이 조세부담을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보유세와 증여세의 세부담을 정밀히 비교하는 것은 보유세 개편이 완료된 이후에 가능하겠지만 보유세가 인상된다는 전제 아래서는 아무래도 증여가 부담이 훨씬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 중과의 부담까지 있다보니 매각하기도 보유하기도 꺼려진다면 실제적인 선택지는 증여 뿐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