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 역시 이런 트렌드를 앞세워 본격적인 SUV 라인업 확장에 나섰다. 대중차 쉐보레를 시작으로 고급차 캐딜락까지 소수 플랫폼을 가지고 다양한 SUV를 속속 내놓고 있다. 한국지엠은 “내수 판매의 65%를 SUV로 채울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한다.
◇ 픽업과 SUV로 성장한 북미 대표선수 GM = 전 세계에서 한 해 기준 약 9000만 대의 신차가 팔린다. 미국 GM을 비롯해 독일 폭스바겐과 일본 토요타가 각각 1000만 대씩을 팔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약 750만 대 수준. 이런 상황에서 향후 25년 안에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는 미국과 일본, 유럽을 대표하는 이 3개 정도의 회사가 나머지를 인수합병하는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거슬러 올라가면 GM(General Motors)의 역사는 올해로 110년째다. 1세기가 넘는 동안 수많은 부침을 겪었고 파산과 재기, 부도와 회생을 반복했다.
2008 리먼쇼크 직후에는 부동산에 관심을 보이다 회사가 순식간에 파산했고, 주식시장에서는 상장 폐지되며 쫓겨났다. 고심 끝에 미국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천문학적인 정부의 돈이 투입되면서 한때 GM을 일컬어 ‘거번먼트 모터스(Government Motors)’라는 폄훼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1세기가 넘는 동안 얻어낸 단 하나의 명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다.
GM은 자동차 브랜드가 아닌, 회사 이름이다. 쉐보레와 캐딜락, 뷰익 등의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고 잘나가던 때 거머쥐었던 오펠과 홀덴 등은 최근 매각했다. GM은 이름 그대로 ‘제너럴’ 시장을 지향한다. 독일의 프리미엄 브랜드처럼 초호화 고급차를 만들지 못하는 게 아니다. 브랜드 자체가 추구하는 시장이 대중차다.
특정 분야에서 명예를 얻기보다 많이 팔아 수익을 남기고, 이익을 재투자해 가격을 낮추고 다시 판매를 확대하는 경영 전략을 추구한다. 전통적으로 북미 픽업트럭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던 GM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가 세단에서 SUV로 옮겨 가는 가운데 수혜를 누리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일본 미쓰비시의 기술력을 들여왔고, 기아산업 역시 일본 마쓰다로부터 엔진과 파워트레인 기술을 배웠다. 현재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는 GM과 연을 맺었다.GM 산하 홀덴에서 중형차를, 소형차는 오펠의 것을 들여왔다. 대우차 로얄시리즈와 르망이 이런 과정을 거쳐 태어났다.
따져 보면 대우차 때부터 SUV와 인연이 없었다. 승용차로 회사가 성장한 만큼 SUV에 대한 열망만 속으로 키웠다. 한때 쌍용차를 인수하며 영토 확장을 노렸지만 대우그룹이 무너지면서 이마저도 맥이 끊어졌다. 이후 GM의 C1플랫폼을 바탕으로 오펠과 쉐보레, 홀덴 등이 SUV를 개발했고 한국에선 GM대우가 윈스톰을 선보였다.
유럽 시장 철수로 인해 최근 한국지엠이 부침을 겪었지만, 공장을 정리하고 신차 생산을 배정하면서 제2의 도약기를 준비 중이다.
한국 SUV시장을 겨냥한 GM은 다양한 모델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SUV가 강점이었던 만큼 이 분야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생산이 안 된다면 직수입을 통해서라도 판매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한국지엠은 부산모터쇼를 통해 쉐보레 소형 SUV 이쿼녹스와 준대형 트래버스, 픽업트럭 콜로라도까지 들여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국내 판매 가운데 약 65%를 SUV로 채우겠다고 공언했다.
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지엠 사장은 “5년간 15종의 신제품을 내놓으며 지금껏 쉐보레가 국내 시장에 선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면모로 고객 요구에 부응할 것”이라며, “차기 국내 생산 모델은 물론, SUV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 본토에서 성능과 가치가 확인된 유수의 글로벌 SUV의 국내 시장 출시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