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한여름인 것 같으면서도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랑한 바람이 불면서 보리가 익어가는 음력 4월을 ‘맥추(麥秋 麥:보리 맥, 秋:가을 추)’라고 한다. ‘보리가을’이라는 뜻이다. 곡식이 익기 위해서는 날씨가 쌀랑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보리가 익는 음력 4월, 여름이지만 일시적으로 쌀랑한 며칠을 두고 맥추라고 하는 것이다.
보리가 익으면 밭에서는 보리타작을 하고, 무논에서는 벼농사 모내기를 시작한다. 농촌이 가장 바쁠 때이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농번기 방학이라는 게 있어서 학생들도 학업을 잠시 멈추고 농사일을 도왔다. 전 학생이 모내기에 참가하여 들녘을 꽉 채운 채 종일 모내기를 돕는 경우도 있었다. 고달프기도 했지만 참 소박한 시절이었다.
오늘날, 농사일이 바쁘다고 해서 만약 전 학생을 농사일에 동원한다면 아마 난리가 날 것이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칠 테고 ‘강제노역 운운’하는 얘기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TV를 통해 마늘과 양파를 수확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농민들을 봤다. 일꾼을 사려고 해도 다들 땡볕 아래 일하기를 꺼려 일꾼을 구할 수도 없다고 한다. 이럴 때, 하루쯤 학교의 전 학생이 봉사활동을 나가 하루만 농사일을 도우면 안 될까? 참으로 좋은 체험학습이 될 것 같은데, 그걸 일러 ‘강제노역 운운’하는 경우가 생길까 봐 누구도 나서서 그런 제안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떤 아파트 단지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다랭이 상자 모내기 체험 행사’를 했다고 한다. 그도 좋은 일이지만 고등학생 정도는 보다 더 적극적으로 하루쯤 농촌 봉사활동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보리 수확은 끝났지만 모내기로 인해 농촌은 아직도 바쁘다. 모내기는 원래 ‘묘(苗)내기’였다고 한다. 苗는 ‘싹 묘’라고 훈독한다. ‘새싹’ 학생들에게 새싹을 내는 ‘모내기’를 통해 노작(勞作)체험을 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교육이 될 수 있을 텐데… 시절이 하 수상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