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도 시류에 편승해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가 있다. 시류에 따른 경향성을 보이는 종목들을 일명 테마주라고 한다. 테마주는 정치, 연예, 부동산, 자원개발 등 다양하다.
테마주의 기원은 18세기 영국 공기업인 남해회사(The South Sea Company)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내에서 테마주의 시작으로 알려진 사례는 북방외교가 한창이던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 정부가 만리장성에 바람막이를 설치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관련주들이 테마주로 묶여 급등락이 연출됐고, 당시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한 종목들이 일명 ‘만리장성 테마주’라고 불렸다.
테마주는 법률상 용어는 아니지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기적 부정거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기적 부정거래는 주식 등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허위의 보도자료나 허위 공시를 하는 등의 부정한 방법을 이용해 주가 부양을 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말한다. 주가에 직접적으로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는 시세 조종(주가 조작)과는 다르다.
2000년대에는 홈트레이딩 시스템(Home Trading System)을 통한 시세 조종이 증권 범죄의 주종을 이뤘지만, 최근 증권 범죄의 트렌드는 미공개 정보 이용(내부자 거래)이나 사기적 부정거래에 쏠리고 있다. 시세 조종의 수법이 대부분 노출돼 있고 금감원의 매매 분석 프로그램이나 자본시장조사국의 숙련된 인력에 의해 기소율이 매년 높아지기 때문이다.
201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매번 그랬던 것처럼 속칭 정치테마주가 극성을 부렸다. 지난해 필자는 금감원 부원장보로 재직하면서 금감원 특별조사국에 정치테마주 관련 특별조사팀을 꾸려 운영했고, 실제로 정치테마주를 이용한 불법행위를 적발해 큰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최근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편승한 대북 경협주가 테마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테마주들의 특징은 증권시장 등 자본시장이 안정돼 있거나 침체기로 돌아서며 급격한 주가 변동이 없을 때, 즉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을 때 작전세력들의 한탕주의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이에 편승해 이득을 보려는 개미들의 속 편한 속물적 투자방식도 한몫을 한다. 그 피해자는 일반투자자일 수밖에 없고 나아가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해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제적 폐해를 방지하려면 자본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존중받고,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정확성과 신뢰성, 시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선행돼야 한다. 물론 이 같은 제도는 갖춰져 있다. 제대로 활용되지 않을 뿐이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주식이 투기가 아닌 투자의 수단이라는 일반투자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중요하다.
지난해 한국거래소는 16개 정치테마주를 조사했다. 그 결과 개인투자자의 손실계좌 비율은 72.6%, 특히 1000만 원 이상 투자 계좌의 손실율이 9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의 테마주 거래 비중은 각각 0.3%에 불과했다. 그래도 시류(時流)에 베팅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