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자치 시행 뒤 23년 만에 처음으로 보수정당이 아닌 민주당 소속으로 강남구청장이 된 정순균 당선인은 ‘친문’(친 문재인) 인사로 분류된다. 1951년 전남 순천 출생으로 대학 졸업 후 20년 동안 중앙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2002년 당시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언론특보로 정치에 입문했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에는 국정홍보처 차장·처장으로 일했다.
이 같은 인연으로 구청장으로서의 포부를 묻는 말에도 정 당선인은 노 전 대통령을 먼저 언급했다. 정 당선인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노 전 대통령은 원칙과 통합의 정치인이면서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며 “저 역시 강남을 하나로 통합시켜 ‘마더시티’ 같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 당선인은 “변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위대한 결단을 내려준 57만 강남구민을 위해 이념과 정파를 초월해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당선인은 앞서 8년간 강남구청장을 지낸 신연희 전 구청장과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정부·서울시와 머리를 맞대고 강남구의 난제를 풀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정 당선인은 “전임 구청장이 서울시와 끊임없이 대립하면서 피해가 온전히 주민들에게 갔다”며 “저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환상의 원팀을 이루고 고민해서 해결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정책을 비롯한 여당의 경제정책 등이 강남구민의 이해관계와 엇갈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정 당선인은 오히려 이 같은 측면에서 여당 구청장의 강점이 발휘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정 당선인은 “강남구 주민들과 정부·서울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려면 힘 있는 여당 구청장이 적임자”라며 “정책 입안 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서울시와 중앙정부에 전달함으로써 주민들의 재산권이 보장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정치에서 기초단체장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정 당선인은 특히 큰 주목을 받았다. 강남구청장을 지낸 뒤의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그는 “아직은 행보에 대해 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제가 약속한 대로 젊은이들이 살 길 꿈꾸는, 깨끗하고 안전하고 품위 있고 존경받는 강남을 만드는 데 저의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젊은 시절 정치학도였던 그는 마지막으로 어떤 정부든 ‘정권의 순환’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강남구도 보수정당의 1당 구청장 시대가 계속되면서 그간 폐해가 쌓였다”며 “제가 한 이후에 보수당에 넘어가기도 하고, 그 뒤에 다시 민주당에 오기도 하는 순환을 통해 제대로 된 지역 발전과 지역 정치 발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