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간 무역분쟁이 확산하면서 경기 위축 우려감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연준(Fed)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의 통화정책정상화가 겹치며 우리경제를 옥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산하면서 자본유출 급변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금리상승에 따른 취약계층의 채무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채권 보유규모가 큰 보험사의 건전성도 위태로울 수 있다. 최근 전세값이 하락하면서 역전세가 우려되는 가운데 다주택 임대자들의 전세보증금 반환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19일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는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 대규모 자금유출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신흥국 불안이 확산된다면 리스크 민감도가 커지며 자본 유출입과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어 유의할 필요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취약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할 수 있다고도 봤다. 실제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가계부실위험지수(HDRI)가 100을 초과한 고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3.1%에서 3.5%로, 2%포인트 오르면 4.2%로 상승할 것으로 봤다. 고위험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 비중도 작년 5.9%에서 각각 7.5%와 9.3%로 오를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금리 상승시 소득 및 자산 대비 부채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가구들을 중심으로 고위험가구로의 편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둔화 충격 발생시에는 신용손실 증가, 보험료 및 수수료 수입 감소 등으로 비은행금융기관의 자본적정성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특히 국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한은의 4월 전망 경로를 2년 연속 3.5%포인트 밑돌 경우엔 증권회사(2017년말 636.3%→2019년말 418.9%)와 저축은행(14.2%→10.7%), 신용카드회사(24.2%→18.7%)의 자본비율이 크게 하락했다.
은행부문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SAMP)으로 같은 상황을 가정해 국내은행을 분석한 결과 금리상승시와 경기둔화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SI) 기준 총자본비율은 같은기간 15.2%에서 각각 13.7%와 13.2%로 하락했다. 또 일부은행에서는 최저 규제비율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값이 외환위기 당시처럼 20%까지 떨어지는 등 충격이 발생할 경우 다주택 임대가구들이 유동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들 중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가 많은 가구는 34.2%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는 1주택 임대가구(15.0%)의 두 배 수준이다.
한편 가계부채는 올 1분기(1~3월)말 현재 1468조원으로 전년동기보다 8.0% 늘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이후 증가세가 둔화하는 것이다. 다만 2010년에서 2014년 중 분기평균 7.1%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