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전철 노선의 개통은 지역의 아파트 가격에 가장 영향력 있는 호재 중 하나다. 하지만 강북구에서 개통된 우이신설선은 주변 아파트 시세에 이렇다 할 변화를 가져다 주지 못했다.
서울의 지난해 9월 2일에 개통된 첫 번째 경전철 노선인 우이신설선은 강북구 북한산우이역에서 동대문구 신설동역까지 13개역 총연장 11km의 노선이다. 우이신설선 개통 이전의 강북구는 전철 노선이 4호선 수유역, 미아역, 미아사거리역 3개 역 밖에 없는 전철 노선의 벽지였다. 때문에 전체 13개역 중 절반이 넘는 8개 역이 강북구를 가로지르는 우이신설선의 개통 호재에 거는 지역민들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개통 9개월을 맞는 현재까지도 우이신설선 인근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없는 것과 다름없다.
수유동에 위치한 ‘수유벽산아파트’는 우이신설선 가오리역이 단지와 아예 맞닿아 개통됨에 따라 전철역 도보 1분 거리의 역세권 단지가 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84.92㎡ 가구는 지난해 9월 3억 85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가장 최근의 실거래 기록인 지난해 5월에는 같은 면적이 3억6000만~3억7500만원에 거래되며 전철역 개통 이후 오히려 매매가가 소폭 하락했다.
마찬가지로 우이동의 아파트 매매가도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우이동푸르지오아파트’는 우이신설선 솔밭공원역이 도보 3분 거리에 새로 생겼지만, 지난해 9월에도 4억6000만원에 거래된 전용 84.93㎡ 가구가 올해 5월에도 같은 가격에 거래돼 가격 변동이 전혀 없다시피 했다.
이처럼 우이신설선의 개통효과가 미미한 까닭은 우이신설선 자체가 가지는 교통 노선의 매력이 한계가 있다는 점과, 이 노선이 지나는 길목에 위치한 주택들의 선호도가 높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우이신설선은 당초 하루 13만명의 승객 수요를 예상하고 만든 노선이지만 실제 하루 평균 이용객은 예상치의 절반 수준인 7만명 안팎이다. 여기에 역별 노인 무임승차 비율이 적게는 20% 초반에서 많게는 40%가 넘어가는 역까지 있어 실질적인 여객 수요자체는 그보다도 훨씬 낮다. 여기에 더해 신설동에서 끝나는 우이신설선은 GTX처럼 최근 주택시장에서 각광받는 강남 접근성의 향상에도 기여하기 어려워 집값 상승에 미치는 호재 영향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뉴타운을 제외한 강북구 북쪽 지역은 우이신설선과 가까운 아파트 단지들이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소규모 아파트라는 점도 호재의 반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미아뉴타운 밖에서 우이신설선 개통으로 새롭게 역세권 단지가 된 7개의 아파트단지는 1454가구 규모의 ‘수유벽산아파트’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200~300가구 안팎의 소규모 단지들이다.
수유동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도심이 가까운 남쪽의 미아동이나 정릉동 쪽보다 강북구 북쪽엔 경전철 개통 후 이렇다 할 오름세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경전철 개통 이후로 부동산 시장 상황의 악화가 함께 겹친 부분도 감안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