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해양플랜트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격적으로 해양생산설비 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중국과 싱가포르 업체들이 저가 입찰을 무기로 한국 조선업체들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대형 생산설비의 경우 그간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가 수주를 나눠가져 국내 업체의 텃밭으로 여겨졌지만, 지난해부터 이마저도 싱가포르, 중국 업체에 빼앗기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5년부터 2016년 말까지 사실상 전무했던 해양플랜트 발주는 지난해부터 해양생산설비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총 4건의 중대형 생산설비 신조 프로젝트가 발주됐는데, 국내 조선 ‘빅3’는 이를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발주한 물량은 지역 내 조선업체들이 수주했던 전례가 있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싱가포르 업체가 최근 2건의 수주를 따낸 것은 국내 ‘빅3’에게는 위협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양생산설비 시장에 갓 진출한 중국과 싱가포르 업체들은 업력을 쌓기 위해 저가 수주로 일감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업체가 수주에 성공한 북해 요한 캐스트버그(Johan Casberg) 프로젝트 하부구조물의 입찰 가격은 한국 ‘빅3’ 대비 15~20%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으면서 해양플랜트 시장이 살아날 환경은 조성되고 있다. 국내 ‘빅3’가 해양플랜트의 호황기였던 2011년 수준은 아니지만, 업황 개선으로 발주량 증가를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중국과 싱가포르 등 신규진입자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해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수익성이 나아질 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신규 업체들과의 경쟁과 함께 국내 ‘빅3’간 수주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는 탓이다. 국내 조선업체는 후판가 상승 여파로 싱가포르나 중국처럼 무턱대고 저가 수주를 할 수도 없는 형국이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중국과 싱가포르 업체들이 저가를 무기로 수주 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업력과 기술력이 뛰어난 국내 업체의 수주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