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환영하며 연내 재가동을 목표로 조기 방북을 위해 속도를 내기로 했다.
중소기업계는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가 풀리면 남북 경제협력 가운데 개성공단 재개가 첫 번째 이벤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북 경제 교류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가 완전히 풀려야 가능하지만 외교적으로 인도적인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허가를 받으면 그 한도 내에서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신한물산 대표)은 13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 직후 방북 신청을 했고 정부 결정만 남았다”라며 “우리로선 방북 준비는 돼 있고 정부가 허가해주면 하루라도 빨리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조기 방북으로 공단 시설을 점검해 연내 재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 제재 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 전에라도 방북해 시설 점검을 해야 정부와 협의 아래 연내 공장 가동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개성공단 입주 1호 기업인 의류업체 신원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개성공단은 저렴한 인건비와 편리한 교통 등 장점이 많아 협회를 통해 재개 준비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은 “기업들이 재입주를 계획하는 단계에 있다”며 “재입주하면 아이템을 시계에서 주얼리 쪽으로 바꾸고 개성공단에 설비 투자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좋은사람들 역시 “개성공단이 재가동한다고 하면 다시 입주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서도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 분야 대북 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면서 업계는 이를 뒷받침할 방안을 찾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의약품 지원이나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인도주의적 관점은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 경협을 통한 시장 확대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행한 예방접종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25%에 달한다. 남한에서 감염성 질환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5%인 것과 비교하면 북한의 후진적인 보건의료 시스템이 짐작된다. 특히 북한의 1세 이하 영아 사망률은 1000명당 22명으로 남한(3명)보다 매우 높다. 기초항생제와 예방백신 등 필수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의료 인프라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당장의 반사이익을 넘어 본격적인 북한 진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현지 공장 설립 등을 통해 남한의 기술력과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하면 우리 제약업계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식품·화장품 등 국내 소비재 업계도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에 따라 북한 진출을 적극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북한 소비시장은 현재 17조5000억 원으로 남한의 2.6% 규모로 추정된다. 진출 전망이 밝은 곳은 식품기업들로, 현지에 생산공장을 짓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밀가루, 식용유, 조미료, 라면, 햄 등 기초식품에서부터 가공식품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경우 지리적으로 가깝고 음식 문화가 비슷한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보다 유리하다.
과거 대북 사업 추진 경험이 있는 롯데의 경우 이번 회담에 앞서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북 3성까지 아우르는 지역에서 사업을 모색하는 ‘북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롯데는 대북 사업을 본격화할 경우 제과와 음료의 진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샘표, 오뚜기 등 창업주가 북한 출신인 기업들도 대북 사업 관련 기회를 엿보고 있다.
화장품 업체들 역시 북한산 제품의 질이 떨어지고 공급이 부족한 만큼 진출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에 따라 설화수, 라네즈 등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들이 직접 판매되거나 코스맥스, 한국콜마 같은 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가 우선 진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