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군산공장이 31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공장은 문을 닫지만 남은 숙제가 적지 않다.
군산공장의 시작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3년 당시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은 정부의 북방외교와 동유럽 민주화를 계기로 ‘세계경영’을 천명했다. 유럽에 본격적으로 대우차를 수출하기 위한 자동차 공장이 필요했다. 군산이 낙점됐다.
1996년 연산 25만 대 규모의 군산공장이 준공을 마쳤고, 이듬해인 1997년 첫 차 ‘누비라’가 생산됐다. 당시 소형차 라노스, 중형차 레간자 사이를 메우며 이름 그대로 전 세계를 누벼야 한다는 그룹의 의지를 담고 있었다. 같은 플랫폼(뼈대)으로 개발한 소형 미니밴 레조를 생산하기도 했다. 공장 문을 닫는 순간까지 마지막으로 생산했던 모델 크루즈와 올란도가 이들의 맥을 이은 마지막 모델인 셈이다.
GM은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2월 13일 전격적으로 군산공장 폐쇄 계획을 발표했다. 정치권과 지역사회 등이 재가동을 추진했으나 결국 공장 폐쇄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생산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셈이다.
뼈를 깎는 노사 협의 끝에 회생안이 마련됐다. 결국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 1200여 명도 이날 공장 폐쇄와 함께 퇴사한다. 40명 안팎의 직원이 남아 유지 및 보수를 담당한다. 1200여 명이 빠져나간 후 612명의 근로자는 남겠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은 남은 인력 가운데 200명을 부평, 창원 등 다른 공장으로 전환 배치했다. 그래도 남아 있는 400명은 3년간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이후 퇴직에 따른 자연 감소 인원이 발생하면 점진적으로 이를 대체해 복귀할 예정이다.
정부와 노사는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인원에 대해 생계보조금을 지원한다. 휴직 후 최초 6개월은 정부가 월 180만 원을 지원하고 이후 2년 6개월 동안은 노사가 비용을 절반씩 부담해 225만 원을 지원한다. 반면 가동 중단에 따른 지역경제의 침체 및 협력사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여전히 혜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군산공장은 사라지지만 한국지엠은 재기를 위한 첫걸음을 시작한다. 내달 부산모터쇼에서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이쿼녹스’를 출시하며 판매 회복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