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경기가 나빠지면 주택 거래량은 감소한다. 투자 가치가 떨어져 매입 수요가 확 줄기 때문이다. 불경기에는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많아 집을 사지 않는다.
요즘 주택 매매량이 급감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책으로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탓이다. 이런 시기에는 매물은 많은데 집을 사려는 사람은 적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구입 수요는 더 줄어들게 된다. 당연한 현상이다.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 누가 집을 사려고 하겠는가.
문제는 전·월세 거래도 줄고 있다는 점이다. 집을 사지 않으면 전·월세 수요가 늘어날 터인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 셋집은 대개 2년 계약기간이 끝나면 세입자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왜 전·월세 거래가 줄고 있을까. 전·월세 가격이 오르지 않아서 그렇다.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세입자가 자주 바뀐다. 오른 전·월세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이사를 가게 된다는 얘기다. 자금 사정에 맞는 집을 찾는다는 뜻이다.
집 주인이 전·월세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굳이 다른 곳으로 이사할 필요가 없다. 이사를 하게 되면 이사 비용이나 중개 수수료를 들여야 하고 특히 이사에 따른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
만약에 전·월세 가격이 떨어지면 집 주인과 협의해 차액을 되돌려 받고 그대로 거주하는 게 서로가 이득이다.
그래서 주택 경기가 침체되면 매매량과 함께 전·월세 수요도 줄어드는 것이다.
이달 들어 서울지역 전·월세 거래량은 29일 기준 3만 1936건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달 3만 5466건과 비교할 때 10%가량 빠졌다. 월 말까지의 거래량을 감안해도 전년 실적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그만큼 주택 경기가 나쁘다는 뜻이다. 올해 1월에는 3만 6587건이었고 2월에는 4만 건이 넘었고 3월에는 4만 6546건에 최고조를 보였다가 지난달 3만 8507건으로 줄었다가 이달 들어서는 감소 폭이 더욱 커졌다.
이처럼 전·월세 물량이 준 배경에는 예년에 비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인한 이주 수요가 적은 것도 한몫했다. 철거 주택이 많으면 그만큼 전·월세 수요는 증가하게 된다. 기존에 살던 집이 없어졌으니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내 집 마련 수요가 많아져도 전·월세 수요는 적어진다. 실제로 몇 년 동안 쭉 전·월세 가구 비율은 줄고 있는 추세다. 전국 전·월세 비율은 통계가 시작된 2012년 38.3%에서 지난해 33.3%로 감소했다.
하지만 다른 요인보다 경기 침체로 인한 영향이 훨씬 크다. 분위기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주택시장 전반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매매는 물론 전·월세 모두 힘들어진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