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쇄신안 밝혔지만…금융당국, 구멍 뚫린 시스템 집중 지적

입력 2018-05-08 15:24 수정 2018-05-0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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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8일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삼성증권 배당착오 사건 관련 특별검사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차민영 기자 blooming@)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8일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삼성증권 배당착오 사건 관련 특별검사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차민영 기자 blooming@)

사상 초유의 배당사고를 낸 삼성증권의 시스템상 총체적인 문제점이 금융감독원의 특별 검사 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사태의 본질을 비껴간 ‘직원 탓’에 몰두해 빈축을 사고 있다.

금감원은 8일 오후 ‘삼성증권 배당사고 특별 검사 브리핑’을 통해 이번 배당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의 내부통제 미비를 지적했다. 해당 시스템은 정상적인 순서와 반대로 조합원 계좌로 입금·입고 처리 이후 조합장 계좌에서 출금·출고하는 순서로 처리돼 입금·입고 착오를 사전 통제할 수 없는 구조였다.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은 발행주식 총 수의 30배가 넘는 주식이 입고돼도 오류 검증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회사는 지난 1월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추진하면서도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의 오류 검증 테스트를 실시하지 않았다. 배당 업무 관련 매뉴얼이 없는 것은 물론 우리사주 관리 업무의 업무 분장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삼성증권은 지배구조법에 명시된 ‘금융사고 등 우발상황에 대한 위험관리 비상계획’을 마련하지 않아 사고 발생 후 속수무책으로 일을 키웠다. 사내 방송시설 및 비상연락망조차 갖추지 못해 사고 당일 사고 내용을 신속 전파하고 매도 금지를 요청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일부 직원들은 사고 발생 후 31분 동안 잘못 입고된 주식 1209만 주를 매도주문했으며, 이중 501만 주의 거래가 체결되면서 주가 폭락을 불러왔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정황도 포착됐다. 삼성증권은 전체 전산시스템 위탁계약의 72%(2514억 원)을 삼성SDS에 맡겼다. 이중 수의계약 비중이 91%를 차지했으며, 모든 수의계약(98건)이 단일견적서만으로 체결됐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조사를 통해 이번 배당사고를 불러온 삼성증권의 갖가지 문제점이 확인됐지만, 회사가 전날 발표한 자기혁신안에서는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을 직원 개개인의 도덕성으로 돌리려는 듯한 기류가 감지된 게 사실이다.

우선 삼성증권은 잘못 배당된 주식을 매도한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 삼으며, 회사 차원의 징계와 매매손실 관련 민사적 절차와는 별도로 형사고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국민 사과문에서 언급한 관련자 엄중문책 약속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도덕적 재무장’을 내세우며 △글로벌 수준 윤리경영 체계 구축 △신윤리강령 제정 △임직원 자기매매 제한 △자사 홈페이지에 배당사고 관련 역사관 조성 등을 선언했다.

하지만 안팎에서는 삼성증권이 사고 발생 초기부터 회사 차원의 문제를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로 축소시키려 한다는 의구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자기혁신안 역시 ‘뼈를 깎는 노력’, ‘환골탈태’, ‘새로운 DNA’ 등 미사여구로 포장돼 있을 뿐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 발견된 삼성증권의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및 ‘전자금융거래법’ 등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 회사와 관련 임직원을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하게 제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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