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삼성물산 지분 매입 과정에서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관계자가 이번 주 검찰 조사를 받는다.
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문성인)는 이르면 이번 주부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엘리엇 관계자를 차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엘리엇 측 관계자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애초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측이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외국계 기업 특성상 압수수색 등 검찰이 압박할 수단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엘리엇 측은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검찰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엘리엇 측 관계자를 상대로 삼성물산 지분을 소유하는 과정에서 외국계 증권사와 '이면계약'을 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인수합병(M&A) 발표된 다음 날인 2015년 5월 27일 합병 반대 의사를 밝혔다. 엘리엇은 다음 달 2일 '삼성물산 지분 4.95%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가 이틀 만에 '지분 7.12%를 보유했다'고 재공시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엘리엇이 짧은 기간에 삼성물산 지분 약 340만주(2.17%)를 사들이기 어렵다고 보고 조사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엘리엇이 파생금융 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로 삼성물산 지분을 미리 확보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대량 보유 공시 의무인 '5% 룰'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6월 4일이 아닌 5월 말에 이미 공시를 해야 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법은 특정 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했을 때 5일 이내 보유 현황을 공시하도록 한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하거나 1억 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증선위는 이후 2016년 2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대검찰청은 사건을 남부지검에 배당했다.
엘리엇 측은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법이 허용하는 방식으로 합법적인 스와프 거래를 활용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검찰 내사가 2015년부터 있었음에도 공교롭게 엘리엇이 소액주주로서 법적 권리를 주장하자 새삼 갑작스럽게 주목받았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은 지난달 13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우리 정부를 상대로 중재의향서를 낸 상태다. 중재의향서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하기 전 상대 정부와 마지막 조정을 거치는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