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취임식을 연 윤 원장은 전날 기자와 만나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조금씩 진행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혼자 하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접근했다가 오히려 망칠까봐 걱정”이라며 “접근하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원장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소신을 밝혀왔다. 그러나 현재는 정책당국이 아닌 감독당국의 수장인 만큼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진행되면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방식으로 조력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금융위원회의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보내고 감독 기능은 금감원과 합치는 것이 골자다. 윤 원장은 지난해 금융행정혁신위원장 때 “금융산업 진흥과 금융감독 개념을 정리해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윤 원장은 금융감독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금감원은 감독에 중점을 두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당분간 그렇게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취임 직후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태 발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현안 등 굴직한 사안을 담당해야 한다. 또 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절차의 문제점 뿐 아니라 금융그룹 통합감독도 윤 원장이 맡아야 할 과제다. 전자는 금융산업, 후자는 재벌그룹의 지배구조와 연관이 깊다. 윤 원장의 개혁 성향을 고려하면 그가 해당 감독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감리 결과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윤 원장은 “그 얘기(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지금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다”며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달 중에 최종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최종 결정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하니깐 그 때까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이달 17일 임시 감리위원회를 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감리위는 최종 결정을 내리는 증권선물위원회에 앞서 개최되는 사전 논의 기구다. 해당 위원회는 김학수 증선위 상임위원, 박권추 금감원 회계전문심의위원, 외부 전문가 등 모두 9인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심제 신청을 금융당국이 받아들이면 회사 관계자도 감리위에 참석한다. 대심제는 검사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동시에 출석해 재판처럼 공판을 벌이는 제도다. 지난달부터 시행됐으며 윤 원장 역시 금융행정혁신위원장 때 대심제의 도입을 권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심제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관측되는 배경이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는 과정이 ‘고의 분식회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감리위에서도 유지할 방침이다. 회계 처리 일관성을 어겼으며 일부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금융위는 금감원의 판단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향후 파장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부에서는 이번 사안을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 원장 중 누구에게 힘이 실리는 지에 대한 척도로 보고 있다. 증선위가 금감원의 판단과 달리 보수적 결정을 하면, 최 위원장의 의견이 더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증선위 위원장은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맡고 있다. 이외 위원은 김학수 상임위원과 조성욱, 박재환, 이상복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