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대표단이 3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해 1박 2일간 협상 일정을 시작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는 세간의 기대와 달리 즉각적인 담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날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을 담당하는 핵심 인사들이 일제히 중국에 도착해 협상 일정을 시작했다. 중국 측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통하는 류허 국무원 부총리가 나섰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극심해진 3월 이후 양국이 공식 협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상은 4일 끝날 예정이다.
이번 협상에서 중국은 미국이 단행한 고율 관세를 낮추는 대안을 설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과 자동차 시장 개방,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이 그 대안이다. 미국은 중국의 막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국의 제조업 발전 전략인 ‘중국 제조 20205’에 따른 1000억 달러(약 107조5500억 원) 지원금 감축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 제조 2025’는 첨단 분야 10대 핵심 산업을 2025년까지 중국에서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뜻한다.
미국이 이번 협상을 통해 무역 적자를 줄이는 데 성공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난항을 겪으며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양측은 협상을 시작했음에도 어떠한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라이트하이저는 대표는 지난 1일 “우리는 양국 간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를 내년까지 논의할 것”이라며 무역 갈등의 해법을 마련하는 데 1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어 “어느 정도 시각이 지나면 양국을 분열시키는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 대변인도 “협상이 계속 연장되는 경우를 대비해 두었다”고 미국 경제 대표단이 도착하기 직전 밝혔다.
스테판 셀릭 전 미 상무차관은 “대표단이 협상을 완수하는 일은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관측했다. 미 대표단 관계자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와 나바로는 고율 관세를 협상의 지렛대로 여기고 있는 한편 므누신과 커들로는 신속한 담판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므누신은 금융 서비스 협상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 부분이 다른 이슈들보다는 비교적 해결책이 쉽게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전초전도 치열했다. 전날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상의 우려를 이유로 중국 기업의 미국 내 통신장비 판매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제조업체들에 통신장비를 통한 스파이활동과 해킹 등을 명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 국방부도 전 세계 미군 기지 내에 있는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중국 화웨이와 ZTE가 제조한 스마트폰의 판매를 금지했다. 전문가들은 협상 직전에 이 같은 보도가 나온 이유를 두고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고 분석했다. 협상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렸다는 의미다. 중국도 압박 수위를 높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 고위 관계자는 전날 밤 일부 외신 기자들 앞에서 “미국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경제 대표단의 방중 하루 전 트위터에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시진핑 주석과 직접 담판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트럼프는 “우리의 위대한 경제 팀이 협상을 위해 중국을 찾았다”며 “머지않은 미래에 시 주석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항상 좋은(위대한)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