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소외되어 왔던 가치주가 훌쩍 뛰어올랐다. 가치주는 현재가 아닌 미래가치가 높은 종목을 뜻한다. 통상 금리가 오르고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주식에 대한 프리미엄이 낮아질 경우 투자 가치가 높아진다. 여기에 남북관계 개선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줄어들자, 가치주 영역으로 온기가 확산할 것이라는 투자 전문가들의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2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줄곧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던 국내 대표 가치주 펀드들이 지난달부터 상승 국면으로 급 전환했다.국내 상위 10개 가치주 펀드 평균 수익률은 최근 3개월 -2.93%라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지난 한 달만 놓고 볼 때는 3.75%로 플러스 전환한 것.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2.30%)보다도 1.6배가량 높은 수치다.
이처럼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해 장기간 투자 후 수익을 창출하는 ‘가치주 펀드’ 수익률이 좋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펀드 전문가들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국내 증시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칠 호재”라고 보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이슈가 일시적 모멘텀이 아닌 성장동력을 이끌어갈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라는 의미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세계 경제가 좋지 않더라도 한국만의 모멘텀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면서 “한국시장 자체가 가치주”라고 호언했다. 이어 그는 “이는 대륙 간 연결성이 큰 모멘텀으로 부산부터 유럽까지 육로로 갈 수 있는 꿈의 실현은 물론, 물류·유통·관광 분야의 엄청난 변화와 성장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는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들고 주주정책이나 스튜어드십 코드가 가시화되면서 가치주 영역은 물론, 국내 증시 전체에 온기가 확산될 것”이라 내다봤다. 또 신광선 베어링자산운용 가치주 펀드매니저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으로 미국 상장 종목의 평균 PER는 15배 이상인 반면, 코스피는 9배에 불과해 추가 업사이드를 희망할 수 있다”면서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을 끌어올리고, 펀드 스타일도 가치주 중심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가치주 중에서도 특히 남북경협 가능성에 따른 수혜주인 유통·건설·시멘트 등의 종목들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은 “장기적으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생필품이나 의류. 건설, 건자재, 철근, 비료 등 관련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업종을 담은 가치주 펀드는 당연히 좋아지는 흐름”이라고 내다봤다. 신광선 펀드매니저 역시 남북경협과 관련된 종목을 꼽으며 “아직 고평가 단계가 아니며, 여전히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이하인 종목도 많다”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물론, 조심스러운 시각도 존재한다. 이채원 사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진 않을 것 같다”면서 “한국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은 필요할 것”이라 조심스럽게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