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인근에는 여러 개의 다리가 있다. 남북공동경비구역 서쪽의 사천(砂川)에 원래 있던 다리가 ‘널문다리’인데, 휴전협정 조인 후 포로 교환이 이루어지면서 북으로 한 번 건너간 포로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고 해서 ‘돌아오지 않는 다리’라고 부르게 되었다. 1976년 ‘도끼만행 사건’으로 인해 남측에서 이 다리를 폐쇄하자, 북측에서 이에 대응하여 72시간 만에 새로운 다리를 놓음으로써 ‘72시간 다리’가 탄생했다.
한편 포로 교환 때 국군포로 1만2773명이 건너온 다리를 ‘자유의 다리’라고 하는데, 이 다리는 폭격으로 파괴된 상·하행 경의선 철교를 임시로 복구하여 만든 다리이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도보다리는 T1∼T3 건물과 중립국감독위원회 사무실 사이에 놓인 작은 다리로, 습지를 건너기 위해 만들었다. 유엔군사령부에서 ‘걸어서 건너는 다리’라는 뜻으로 ‘풋 브리지(Foot Bridge)’라고 부르던 것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도보다리’라고 했다고 한다. ‘도보’는 ‘徒步’라고 쓰며 각 글자는 ‘한갓 도’, ‘걸음 보’라고 훈독한다. ‘한갓’은 순우리말 부사로 ‘다른 것 없이 오직’이라는 의미이며 ‘단지(但只 但:다만 단, 只:오로지 지)’와 비슷한 말이다.
그러므로 도보다리는 ‘오직 걷기만’ 하는 다리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제 이 다리는 ‘걷기만 하는’ 다리가 아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기약한 역사적인 다리가 되었다. 유엔군사령부에서도 푸른색을 칠한 다리라는 의미에서 더러 ‘블루 브리지(Blue Bridge)’, 즉 ‘푸른색 다리’라고 부르기도 했다니 이번 기회에 희망을 상징하는 ‘푸른 다리’ 혹은 그보다 더 좋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이름으로 고쳐 불렀으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 본다.
폭이 좁은 작은 다리는 꼭 ‘도보다리’라고 이름 붙이지 않아도 도보로 건너는 게 마땅한 까닭에 ‘도보다리’라는 이름이 적잖이 어색하게 들리기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