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원은 이날 이투데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는 비핵화를 원하고, 북한은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정을 원한다”며 이처럼 정상회담 합의문을 예상했다.
정 의원은 1989년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만나 ‘우리는 더 이상 적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며 동서 냉전을 끝낸 것을 언급하며 “이번 4·27 남북정상회담 역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은 더 이상 적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는 역사적인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최대 관건은 비핵화다.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 의지에 관해 묻자 정 의원은 2005년 6·15 남북정상회담 때의 일화를 꺼냈다. 그는 “당시 특사로 평양에 갔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같은 질문을 세 번 했다”고 운을 뗐다.
정 의원이 “북한의 목적은 핵 보유가 아니냐?”라고 묻자 김 국방위원장은 “그렇지 않다. 미국이 우리를 압살하려 하기 때문에 자구책으로 개발하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그렇게 말해도 국제사회가 믿지 않는다”라고 되물었더니 김 국방위원장은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 적대관계가 해소되면 와서 보면 될 것 아니냐”라고 반박했다. 다시 “남쪽의 보수세력은 안 믿는다. 북한은 핵 포기를 안 할 것이다”라고 했더니 김 국방위원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한반도의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요”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북한에서 김일성의 유훈이라는 것은 헌법이나 노동당 강령보다 위에 있는 최상급 표현”이라며 “지난번 대북 특사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평양에 갔을 때도 김 국무위원장은 ‘선대의 유훈’이라는 표현을 했다”고 밝혔다. 이것이 한반도 비핵화 합의의 기반이 될 중요한 기준이란 얘기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한반도 비핵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기’가 아니라 ‘신뢰’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는 아직 신뢰가 없다”며 ‘선행 신뢰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미국은 북한의 신뢰를 얻기 위해 테러리스트 지원국가에서 북한을 제외하는 절차를 시작하거나,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작업을 추진해볼 수 있다”면서 “북한은 미국이 가장 근심하고 걱정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산기지나 핵실험장 폐쇄 조치를 추진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북한은 얼마 전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회담이 하루 만에 가능하냐”는 질문에 정 의원은 “하루면 충분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측 특사가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말할 내용을 다 전달할 것”이라며 “2000년 1차 정상회담 당시에도 임동원 장관이 특사로 가서 김대중 대통령이 회담에서 할 이야기를 A4용지 10장으로 정리해 미리 전달해 줬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한반도 신(新)경제지도는 어떻게 될 것인가”는 질문에는 “4·27 남북정상회담은 비핵화를 위한 정상회담”이라며 “올해 8·15 광복절을 계기로 2차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고, 열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회담은 안보 대 안보, 정치 군사 의제를 논하는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며 “만약 이번 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서 일정한 성과가 나오면 남북관계 전면 정상화와 전면적인 교류 협력을 위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