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와 관련 “점진적으로 하면서 연착륙을 추진할 것”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과 주요 20개국(G20), 미국의 요구가 있었지만 결정 자체는 독자적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1일(현지시간)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 부총리는 우리로서는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를 점진적으로 하면서 연착륙하는 것이 제일 낫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부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등과 잇따라 만나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 관련 협의를 최종 조율하고 이르면 다음 달 발표할 방침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준용해 3개월 단위로 3개월 시차를 두고 순매수 내역을 공개하되 점진적으로 매수ㆍ매도 총액을 공개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TPP 재가입 검토를 지시한 뒤 므누신 재무장관이 미국의 재가입 문제에 대해 신중히 낙관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 한국의 TPP 가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김 부총리는 TPP 가입과 관련 “좀 더 의견을 수렴하고, 부처 간에 충분한 토론과 검토를 마쳐 가능하면 상반기 내 결론을 내려 한다”고 말했다.
TPP 가입 시에는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해야 한다. 2015년 TPP협정 부속으로 작성된 TPP 회원국의 거시경제정책당국 공동선언문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외환시장의 분기별 개입내역을 1분기 이내의 시차를 두고 공개하기로 약속했다. 외화 매수ㆍ매도 총액을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처음 공개하는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등 국가들은 외화 순매수 내역을 6개월 단위로 6개월 시차를 두고 공개하는 방식이 용인됐다.
우리나라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방식은 3개월 이내 시차를 두고 분기별 개입내역을 공표하되, 처음인 만큼 순매수 내역을 공개한 뒤 점진적으로 외화 매수매도 총액을 공표하는 점진적인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는 우리처럼 성숙한 경제와 외환시장을 가진 나라는 해야 할 일”이라며 “점진적으로 하면서 우리 시장에 연착륙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외환 당국은 순매수 내역이 아닌 매수ㆍ매도 총액까지 공개하면 투기세력에 빌미를 줄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총리는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방식의 내용은 시기와 연동돼 있다”면서 “시장에 잘 적응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시기는 너무 뒤로 안 가도 되는 만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결정 자체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IMF나 미국, G20과 대화도 하고 요구도 받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