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지역 전세시장이 10주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작년 한 해 거침없는 아파트값 상승률을 기록하던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유독 전세가격에선 하락폭이 커 역전세난이 현실로 발생하고 있다.
2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지역(한강이남 11개구)의 평균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2월 12일부터 이달 16일까지 10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전세시장 전체가 진정되는 분위기에서도 강남지역의 조정폭은 더 크다. 서울 전세가격이 10주간 0.59%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강남지역은 1.09% 내려갔다.
특히 강남에서도 알짜지역으로 꼽히는 강남 4구는 역전세난이 현실화될 정도로 전세가격 하락폭이 크다. 강남은 지난 10주간 1.29%, 서초는 2.19%, 송파는 1.91%, 강동은 1.80% 전세가격이 내렸다.
실제 최근 들어 억대로 전세금이 내려간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의 역삼푸르지오는 전용면적 84㎡가 지난해 12월 9억8000만 원에 전세 거래되던 것이 지난달 22일에는 8억5000만 원에 세를 내줬다. 석 달 사이에 전세금이 1억3000만 원 빠진 셈이다.
전세금이 내려가는 이유는 이 지역에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4구의 올해 입주물량은 1만5614가구로 전년(9750가구)보다 60% 늘었다.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인 3만5031가구에서 강남 4구만 차지하는 비중이 44.5%다.
때문에 서울시가 전세난을 우려해 강남 재건축 단지들에 이주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되려 역전세난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파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4월 이주하기로 돼 있던 미성·크로바와 잠실아파트 등 재건축 단지들이 서울시 결정으로 하반기에 이주하게 된다”며 “지금 전세물건이 누적되고 있어서 전세난이 걱정된다고 이주시기를 조정할 필요는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