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 읽기] 기름값 오를 땐 ‘팍팍’ 내릴 땐 ‘찔끔’…왜 그럴까?

입력 2018-04-1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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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류정훈 산업1부 기자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3달러에 근접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유가가 연내 80달러 선을 돌파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은 기름값이 오르면 애가 탄다. “어째 국제유가보다 국내 기름값이 더 많이 오르는 것 같다”며 정유사를 탓해 보지만, 정유사도 답답할 노릇이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정유사가 이익을 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정유사도 ‘정제마진’ 하락으로 큰 재미(?)를 못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름값도 정유사가 마음대로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다. 한국석유공사에 매주 공급가를 보고하며 나름의 ‘룰’에 따르고 있다.

도대체 기름값은 어떻게 결정되며, 정유사는 이 과정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 걸까. 기름값의 비밀을 알아본다.

궁금증① 국제유가가 오르면 휘발유 가격도 같이 오르면서 왜 내릴 때는 빨리 못 내리나?=일반 소비자들은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국제유가로 불리는 국제원유시장 가격에 연동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정유사들은 아시아 역내 최대 트레이딩 시장인 싱가포르 국제제품가격에 따라 주간 공급가격을 책정한다. 그것도 현재 가격이 아닌 전주 가격을 반영한다. 이런 시간 차이가 국제유가와 기름값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 하더라도 원유 가격의 흐름은 비슷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왜 많은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이 부분은 주유소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각 주유소가 비싸게 사 놓은 재고 석유를 모두 팔아야 가격이 내려간 제품을 새롭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주유소 재고 물량을 소진하는 데 2~3주 걸린다”면서 “이런 부분이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유가가 하락했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기름값은 다소 비쌀 수 있다”고 말했다.

궁금증② 유가에서 스파이크란 뭐지?=국제유가 ‘슈퍼 스파이크’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5년 골드만삭스 보고서에서다. 당시 보고서를 작성했던 아르준 무르티 애널리스트는 국제 석유시장의 수급 균형이 무너지면서 유가 100달러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슈퍼 스파이크설’을 처음 제기했다.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선이었다.

그런데 최근 ‘슈퍼 스파이크’란 단어가 또다시 등장했다. 미국이 영국, 프랑스와 합동으로 시리아에 대한 공격을 단행하면서 중동 리스크가 부각되자 국제유가와 알루미늄 등 원자재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실제 브렌트유가 시리아 긴장 고조로 지난 한 주간 7.8%나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이란 핵협정이 폐기될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고 상품 가격 상승을 잇따라 부채질할 수 있다”며, “원자재시장에 ‘슈퍼 스파이크’가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궁금증③ 국내 정유사별로 휘발유 제품의 질에 차이가 있나?=국내 정유사별로 휘발유와 경유의 품질 차이는 거의 없다. 2017년 수도권대기환경청이 발표한 12월 자동차연료 환경품질등급 평가결과 SK에너지와 에쓰오일(S-OIL)은 휘발유 종합등급으로 별 다섯 개,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별 네 개를 받았다. 별 네 개는 국제 최고기준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별 다섯 개는 국제 최고기준 수준을 의미한다. 경유의 경우 국내 정유업계 4사 모두 별 다섯 개를 받으며 높은 수준의 품질을 자랑했다.

정유사 브랜드별로 제품 가격이 다른 이유는 기업의 ‘브랜드’에 있다. SK에너지의 경우 시장 선점 효과로 공급망이 가장 크면서 프리미엄의 입지를 공고히 한 바 있다. 후발주자인 에쓰오일의 경우 ‘구도일(캐릭터 이름)’을 내세운 ‘좋은 오일’ 이미지를 구축해 후발주자로서의 역량을 다지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직영 주유소가 대리점보다 가격을 더 받는 이유는 정유사에서 직접 공급하는 제품이라는 ‘프리미엄’이 가격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궁금증④ 휘발유 가격은 왜 같은 브랜드인데도 위치마다 다른 걸까?=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주유소 자영업자에게 달려 있다. 국내 석유 유통은 ‘정유사-주유소’의 2단계 거래와 ‘정유사-대리점-주유소’의 3단계 거래가 가능하다. 실제 판매가는 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사오는 가격에 유통마진과 비용, 세금을 더한 가격이다.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주유소의 위치, 정유사 브랜드, 임대료 등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임대료가 비싼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주유소의 경우 국도 도로변에 위치한 주유소 휘발유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휘발유를 판매할 수밖에 없다. 또한, 소비자가 자주 찾는 도시의 주유소는 많은 인력이 필요한 탓에 인건비에 따라 제품 가격이 상승하기도 한다. 선점효과를 누리는 주유소도 있다. SK에너지의 경우 시장을 빨리 선점한 덕에 타 정유사들에 비해 공급망이 넓고 탄탄한 브랜드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특징은 수요를 늘리는 원인으로, 주유소 자영업자가 제품 가격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궁금증⑤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는 이득일까, 손해일까?=흔히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는 이득을 본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들은 재고자산 평가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유사들이 원유를 배럴당 50달러에 구매해 저장해 놓았는데, 국제유가가 55달러로 오르면 정유사가 배럴당 5달러의 평가이익을 보게 된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재고평가 이익은 일시적인 영향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정제마진이다. 정제마진은 원유 1배럴을 공정에 투입했을 때, 공급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제품판매 가격과 원재료 가격 간 차이를 말한다. 이때 원재료 역할을 하는 국제유가 상승폭이 석유 제품 가격보다 더 크면 정유사의 마진율은 하락한다. 결국 유가 상승 폭 대비 제품 가격 상승 폭이 얼마나 확대·축소되느냐가 정유사의 실적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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