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북 부안의 매창공원에 개관한 ‘매창화우상억재(梅窓花雨相憶齋)’는 ‘매화꽃 핀 창가에 꽃비가 내릴 때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전북 부안(扶安)이 낳은 조선시대 최고 수준의 여성 시인 ‘매창(梅窓)’이라는 이름과 함께 그의 시 ‘이화우(梨花雨:비처럼 쏟아지고 흩날리는 배꽃)’에서 ‘花雨[꽃 비]’라는 두 글자를 따고, 평생 그의 삶에 밴 추억과 그리움에서 ‘상억(相憶 相:서로 상, 憶:추억할 억)’이라는 말을 취하여 지은 이름이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추풍낙엽 아래 저도 나를 생각는지/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이매창이 지은 ‘梨花雨’시의 전문이다. 아쉬운 이별과 간절한 그리움이 담긴 명편이다. ‘매창화우상억재(梅窓花雨相憶齋)’가 이 시의 정신과 의미를 다 담을 수 있기를 바란다.
‘顧名思義’라는 말이 있다. ‘이름을 돌아보며 그 의미를 생각한다’는 뜻이다. 옛사람들은 이름에 담긴 뜻을 생각하며 그 뜻에 맞게 살고자 했다. 이름은 곧 좌우명이었다. 그래서 건물에도 이름을 붙여 그 이름에 담긴 뜻을 기리고 새겼다. ‘환수정(喚睡亭)’이라는 정자는 세상 번뇌를 다 잊고서 꿀잠을 불러들이라는 의미에서 ‘부를 환(喚)’과 ‘졸음 수(睡)’자로 이름을 지었고, 하환정(何換亭)은 ‘어찌 하, 무엇 하(何)’와 ‘바꿀 환(換)’자를 써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정자라는 의미를 담았다.
梅窓花雨相憶齋! 이 건물에 들어서는 누구라도 시인 이매창의 숨결을 느끼고, 花雨로 쏟아지는 그의 시에 물들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정인 추억과 그리움에 빠지게 되기를 기원한다.
梅窓花雨相憶齋는 한 시대를 풍미한 여성 시인 이매창을 추모하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가슴에 시심(詩心)을 심고, 사람에 대한 사람의 사랑을 실천하며,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엮는 역할을 다하는 건물이 되어 부안의 명소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